바닥 갈라진 대청호
바닥 갈라진 대청호
중부지방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 주요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충북, 충남, 전북, 경북 등 주요 곡창 지대를 중심으로 가뭄이 심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6개 다목적 댐의 저수율은 18일 기준으로 30% 초반대다. 전북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7.5%로 가장 낮다. 충남 보령·서산·당진 등 8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21.0%다. 이 때문에 충남 8개 시·군은 이달 8일부터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충청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대청댐의 저수율도 36.7%까지 떨어졌다. 대청댐은 최소한의 발전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금강 방류량을 대폭 줄였다.

충청 지역뿐 아니라 경북 지역의 댐과 저수지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경천댐 저수율은 16일 기준 13.5%로, 1990년 댐을 축조한 지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동댐과 임하댐, 영천댐도 30%대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벼 등 농작물이 대부분 수확기여서 많은 비가 필요하지 않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와 배추 등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경작하는 밭작물은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수확량이 2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8개 시·군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제한급수를 하고 있는 곳은 없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내린 전국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716.9㎜로 평년(1219.8㎜)의 58.8% 수준이다. 제한급수를 하는 충남 서산(522.6㎜), 보령(474.9㎜) 등도 올해 강수량이 평년 대비 40% 초반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평년 수준의 비나 눈이 내리더라도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해 내년 봄 농사철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내기를 앞둔 내년 초여름에 올해를 뛰어넘는 최악의 가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올겨울에 매우 많은 양의 비나 눈이 오지 않는 한 내년에도 가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가뭄 대책으로 4대강 보(洑)와 가뭄 지역을 잇는 관로(管路) 연결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까지 길이 21㎞의 관로를 연결하는 사업은 이미 확정돼 이달 말 착공할 예정이다. 4대강 물을 관로로 연결하는 사업엔 최소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