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반도 전문가 "한국 외교 '중국 경사론' 상당부분 해소됐다"
지난 16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한 미국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은 9월3일 중국 전승기념일 열병식 행사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섰다. 박 대통령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미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의심의 목소리, 즉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론’(한국이 중국 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정상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물으셨는데…”라며 다른 답변으로 대신했지만 미 언론은 중국 경사론에 대한 한국의 명확한 입장 정리에 주목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5명과 서면·대면 인터뷰를 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중국 경사론 불식 여부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의 적절한 의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펜타곤 방문, 중국 경사론 불식 기여”

미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경사론’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전후해 워싱턴뿐 아니라 서울과 도쿄에서 중국 경사론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박 대통령이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을 방문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관계를 안보·경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나가기로 약속하는 등의 행보를 통해 양국 동맹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선임연구원은 “양국 정상이 북한의 추가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을 강력히 억제하고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중국과 공감대를 넓히고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담당 석좌연구원은 “중국 경사론 자체가 의미없는 논쟁”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THAAD·남중국해에 대한 입장 주목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담당 석좌연구원은 양국 간 관계 발전에 대해 “박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기후변화, 사이버 보안, 국제보건, 대(對)테러 대응과 같은 글로벌 아젠다를 강력히 지지한 것은 시기적절했다”며 “앞으로 이런 글로벌 이슈에서 양국 간 협력이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볼 수 있는 중국의 확장적 국경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정리를 바라고 있다”며 “그런 판단들도 중국 경사론 불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중·일, 북한 문제부터 논의를”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3국의 공통 관심사인 북한 문제를 먼저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3국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캐서린 문 석좌연구원은 “3년 반 만에 3국 정상이 처음 만나는 만큼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라며 “3국 간 인적 교류나 경제협력, 환경보호 등 소프트한 이슈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