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고삐 죄는 정부] 신용카드 결제 많은 주유소·주점부터 '부가세 원천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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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결제 때 부가세 바로 뗀다
연 7조 넘는 세금탈루 원천봉쇄해 세수 확충
자영업자 세원 노출…현금결제 늘어날 수도
연 7조 넘는 세금탈루 원천봉쇄해 세수 확충
자영업자 세원 노출…현금결제 늘어날 수도
정부가 부가가치세 징수방식 개편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부가세 탈루와 체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그동안 매출자(사업자)의 자발적인 신고·납부에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매입·매출액을 조작하면 세금을 제대로 걷기 쉽지 않았다. 고의적인 탈루를 일일이 적발하는 것도 어려웠다. 부가세를 신용카드사가 대리납부하면 숨어 있던 지하경제가 양성화되고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부가세 탈루
국세청에 따르면 2000년 2조8561억원이었던 부과세 체납액(탈루액 포함)은 2010년 6조2740억원, 2012년 7조136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7조3854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기준으로 부가세 세입 대비 체납액 비율은 13.3%로 전 세목 중 가장 높았다.
부가세는 이미 최종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포함시켜 지급한 세금이다. 판매자는 이를 신고해 대신 납부하고 구입한 원재료에 대한 세금공제(매입세액공제)를 받는 구조다. 사업자 간 거래(B2B)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판매자들이 자진 신고를 하기 때문에 판매자의 의지에 따라 세금납부액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행 부가세 징수방식으로는 고의 폐업, 자료상, 사업자의 유용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가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부가세 탈루를 막기 위해 정부는 탈루가 빈번한 금(金)스크랩, 동(銅)스크랩 등 일부 품목 거래에 한해 2008년 매입자납부특례제도(판매자가 아닌 구매자가 부가세를 내도록 하는 것)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가세 탈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 확충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세행정포럼에서 정지선 교수가 제안한 방안은 이런 B2C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가세 탈루를 막기 위한 신용카드사 대리징수 방식이다. 즉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할 때 카드사가 10% 부가세를 떼서 국세청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만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탈루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정부의 징세비용도 줄어든다. 일일이 사업자들의 매출과 부가세를 대조해 검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선 내는 세금이 달라지진 않지만 사업자들의 탈루가 줄면서 자신들이 낸 세금이 제대로 전달돼 조세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번거롭게 신고할 필요가 없어져 납세에 대한 번거로움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미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신용카드 대리납부제도를 부가세 징수방식 대안으로 제시했고, 유럽연합(EU) 역시 회원국에 같은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잦은 부가세 탈루를 야기한 간이과세제도(각종 증빙을 면제해 세금계산을 쉽게 한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는 물론 세수를 확보하는 데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결제 증가 등 부작용 우려도
문제는 사업자들의 반발이다. 세원(稅源)이 투명하게 노출될 뿐 아니라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가세가 원천징수되면 일부 사업자는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 소비자들에게 할인조건 등을 내세워 현금결제를 종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 교수는 “매출자의 현금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해 단기적으로 조기환급제도를 적용하고 장기적으로 국세청과 카드사 간 세금납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현금사용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선 처벌규정을 도입하거나 카드사용에 대한 유인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부가세 징수방식을 바꾸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도록 주유소와 주점 등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주유소와 주점에만 도입해도 연평균 세수가 3692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원천징수
소득 발생시 국가가 일정 비율(세율)만큼 세금을 미리 뗀 뒤 소득을 지급하는 방식. 근로소득세 원천징수가 대표적이다.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 입장에선 원천 징수되는 세금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진 신고·납부하는 신고세다. 이를 신용카드사가 대리납부하게 하면 거래시 징수가 이뤄진다는 의미에서 ‘거래징수’라고 할 수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이 때문에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매입·매출액을 조작하면 세금을 제대로 걷기 쉽지 않았다. 고의적인 탈루를 일일이 적발하는 것도 어려웠다. 부가세를 신용카드사가 대리납부하면 숨어 있던 지하경제가 양성화되고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부가세 탈루
국세청에 따르면 2000년 2조8561억원이었던 부과세 체납액(탈루액 포함)은 2010년 6조2740억원, 2012년 7조136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7조3854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기준으로 부가세 세입 대비 체납액 비율은 13.3%로 전 세목 중 가장 높았다.
부가세는 이미 최종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포함시켜 지급한 세금이다. 판매자는 이를 신고해 대신 납부하고 구입한 원재료에 대한 세금공제(매입세액공제)를 받는 구조다. 사업자 간 거래(B2B)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판매자들이 자진 신고를 하기 때문에 판매자의 의지에 따라 세금납부액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행 부가세 징수방식으로는 고의 폐업, 자료상, 사업자의 유용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가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부가세 탈루를 막기 위해 정부는 탈루가 빈번한 금(金)스크랩, 동(銅)스크랩 등 일부 품목 거래에 한해 2008년 매입자납부특례제도(판매자가 아닌 구매자가 부가세를 내도록 하는 것)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가세 탈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 확충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세행정포럼에서 정지선 교수가 제안한 방안은 이런 B2C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가세 탈루를 막기 위한 신용카드사 대리징수 방식이다. 즉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할 때 카드사가 10% 부가세를 떼서 국세청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만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탈루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정부의 징세비용도 줄어든다. 일일이 사업자들의 매출과 부가세를 대조해 검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선 내는 세금이 달라지진 않지만 사업자들의 탈루가 줄면서 자신들이 낸 세금이 제대로 전달돼 조세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번거롭게 신고할 필요가 없어져 납세에 대한 번거로움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미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신용카드 대리납부제도를 부가세 징수방식 대안으로 제시했고, 유럽연합(EU) 역시 회원국에 같은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잦은 부가세 탈루를 야기한 간이과세제도(각종 증빙을 면제해 세금계산을 쉽게 한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는 물론 세수를 확보하는 데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결제 증가 등 부작용 우려도
문제는 사업자들의 반발이다. 세원(稅源)이 투명하게 노출될 뿐 아니라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가세가 원천징수되면 일부 사업자는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 소비자들에게 할인조건 등을 내세워 현금결제를 종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 교수는 “매출자의 현금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해 단기적으로 조기환급제도를 적용하고 장기적으로 국세청과 카드사 간 세금납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현금사용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선 처벌규정을 도입하거나 카드사용에 대한 유인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부가세 징수방식을 바꾸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도록 주유소와 주점 등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주유소와 주점에만 도입해도 연평균 세수가 3692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원천징수
소득 발생시 국가가 일정 비율(세율)만큼 세금을 미리 뗀 뒤 소득을 지급하는 방식. 근로소득세 원천징수가 대표적이다.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 입장에선 원천 징수되는 세금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진 신고·납부하는 신고세다. 이를 신용카드사가 대리납부하게 하면 거래시 징수가 이뤄진다는 의미에서 ‘거래징수’라고 할 수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