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1조5127억 적자…해외플랜트 부실 공포 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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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중동 공사 직격탄
사우디 샤이바 가스전 사업 등 발주처들 사업 늦추며 원가상승
대형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유상증자·사옥매각 자구책 마련
다른 대형건설사는?
현대건설, 리비아 공사 지연…GS건설, 미청구금액 계속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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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유상증자·사옥매각 자구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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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 다시 ‘해외플랜트 부실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친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자칫하면 2013년 건설업계를 뒤흔든 ‘해외플랜트발(發) 어닝쇼크’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저유가·중동 정세 불안 직격탄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에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매출은 856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1조3342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2013년 연간 영업손실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요 손실은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와 아랍에미리트(UAE) CBDC 정유,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발전 등 3개 프로젝트에서 1조원, 이라크 바드라 가스 프로젝트에서 1200억원,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에서 1400억원이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의 대형화와 복합화 등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이 부족했고 중동 정세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저유가 장기화로 발주처의 어려운 사업 상황 등이 공기 지연, 추가공사 발생으로 이어져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변화와 역량부족으로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서울 상일동 본사 사옥(장부가 기준 3500억원 상당)을 매각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유상증자와 관련된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도 소집하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자회사인 삼성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5047억4450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와 사옥 처분 등으로 자본 잠식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재무구조는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손실 규모가 이렇게 클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며 “당장 재무 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18.81% 내린 2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실적 쇼크’ 업계로 확산 가능성
‘삼성엔지니어링 쇼크’는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전체로 옮겨붙고 있다. 또다시 해외 플랜트 사업 손실로 인한 실적 쇼크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2년 전 대규모 손실에 이은 두 번째 실적 쇼크 위기다. 2년 전엔 저가 수주가 주요 이유였다면 이번엔 유가 하락에 따른 사업 지연 등이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업계가 중동 지역 등에서 완공을 앞둔 플랜트 공사를 4~5년 전에 수주했을 당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었다. 유가는 그 후 50달러대로 급락했다. 그러다 보니 발주처가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프로젝트를 준공하더라도 대금 지급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2년 전 저가 수주로 인한 어닝쇼크를 피해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조만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것이란 다소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호주 등 일부 해외현장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공기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추진해온 카자흐스탄 발하쉬 화력발전소 공사가 발주처와 금융 보증사(수출입은행 등)의 갈등으로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중동에서 손실을 볼 우려가 제기된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안전 문제로 모든 프로젝트의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복합 화력발전소, 공공건물 신축 프로젝트 등에서 적지 않은 손실이 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사의 미청구 공사금액은 5조5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다.
앞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GS건설 대림산업 등은 해외사업무분에서 적자를 내고 있지만, 최근 살아난 국내 주택경기 덕분에 아파트 사업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UAE 등 해외에서 9373억원의 손실을 낸 GS건설은 최근 미청구공사 금액이 계속 늘어 2조7310억원(상반기 연결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 관계자는 “미청구 금액 대부분은 해외수주 규모가 확대되면서 발생한 정상적인 청구금액”이라며 “현지에서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지만 중동 발주처의 경우 줄 돈이 없는 상황에 몰린 곳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보라/이현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저유가·중동 정세 불안 직격탄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에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매출은 856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1조3342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2013년 연간 영업손실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요 손실은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와 아랍에미리트(UAE) CBDC 정유,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발전 등 3개 프로젝트에서 1조원, 이라크 바드라 가스 프로젝트에서 1200억원,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에서 1400억원이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의 대형화와 복합화 등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이 부족했고 중동 정세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저유가 장기화로 발주처의 어려운 사업 상황 등이 공기 지연, 추가공사 발생으로 이어져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변화와 역량부족으로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서울 상일동 본사 사옥(장부가 기준 3500억원 상당)을 매각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유상증자와 관련된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도 소집하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자회사인 삼성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5047억4450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와 사옥 처분 등으로 자본 잠식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재무구조는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손실 규모가 이렇게 클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며 “당장 재무 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18.81% 내린 2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실적 쇼크’ 업계로 확산 가능성
‘삼성엔지니어링 쇼크’는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전체로 옮겨붙고 있다. 또다시 해외 플랜트 사업 손실로 인한 실적 쇼크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2년 전 대규모 손실에 이은 두 번째 실적 쇼크 위기다. 2년 전엔 저가 수주가 주요 이유였다면 이번엔 유가 하락에 따른 사업 지연 등이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업계가 중동 지역 등에서 완공을 앞둔 플랜트 공사를 4~5년 전에 수주했을 당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었다. 유가는 그 후 50달러대로 급락했다. 그러다 보니 발주처가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프로젝트를 준공하더라도 대금 지급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2년 전 저가 수주로 인한 어닝쇼크를 피해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조만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것이란 다소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호주 등 일부 해외현장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공기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추진해온 카자흐스탄 발하쉬 화력발전소 공사가 발주처와 금융 보증사(수출입은행 등)의 갈등으로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중동에서 손실을 볼 우려가 제기된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안전 문제로 모든 프로젝트의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복합 화력발전소, 공공건물 신축 프로젝트 등에서 적지 않은 손실이 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사의 미청구 공사금액은 5조5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다.
앞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GS건설 대림산업 등은 해외사업무분에서 적자를 내고 있지만, 최근 살아난 국내 주택경기 덕분에 아파트 사업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UAE 등 해외에서 9373억원의 손실을 낸 GS건설은 최근 미청구공사 금액이 계속 늘어 2조7310억원(상반기 연결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 관계자는 “미청구 금액 대부분은 해외수주 규모가 확대되면서 발생한 정상적인 청구금액”이라며 “현지에서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지만 중동 발주처의 경우 줄 돈이 없는 상황에 몰린 곳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보라/이현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