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사 임원들, 뒷돈 받고 '블록딜 작전'
시세조종 세력과 손잡고 주가조작에 가담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금품을 받고 시세조종 세력의 주식 대량 매매를 도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외국계 기관투자가 임직원 4명과 브로커 5명 등 14명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중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 상무 김모씨(47) 등 11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10월 브로커 안모씨(46·구속)에게 코스닥 상장사 동양피엔에프 주식 15만주를 매수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사례금으로 8000만원을 건네받은 김씨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펀드매니저를 동원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게 했다.

김씨는 또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종목 매매 내역 등 업무상 정보를 입수해 개인적인 주식 매매에 이용, 1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차명계좌 5개를 이용해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주식을 매입하기 이전에 해당 종목을 매입했다가 주가가 오르자 이를 팔아 부당 이득을 취했다.

아울러 검찰은 브로커로부터 1억원을 받고 코스닥 상장사 티플랙스 주식 12만주를 펀드매니저들이 사들이도록 알선한 다이와증권 이사 출신 한모씨(44)도 구속기소했다.

범죄에서 브로커로 활동한 이들은 대부분 펀드매니저 등 전직 증권사 직원이었다. 2010년 이후 증권업계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증권사 직원들이 여의도 증권가 인맥을 이용해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하며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을 중심으로 증권 관련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말 4만3000여명에 이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올해 6월 3만6000여명으로 5년 새 7000여명 감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공신력과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외국계 기관투자가의 이면에 주가조작 세력과의 ‘검은 뒷거래’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자본시장의 근간인 금융회사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3년 5월 출범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금까지 주가조작 사범 등 200명을 구속하고 430여억원의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