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신 모마니 요르단 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요르단 경찰청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의 경찰 모바일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찰청 제공
타신 모마니 요르단 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요르단 경찰청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의 경찰 모바일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 20일 오전 서울 신당동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운동장. 아드캄 아크라모비치 우즈베키스탄 내무장관, 렌첸도르지 칭키즈 몽골 경찰청장 등 해외 고위급 경찰관 50여명이 모여 있었다.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국산 수사장비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각종 장비의 시연장면을 보면서 놀라움과 감탄을 감추지 못한 이들은 증거분석 버스 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찰 창립 70주년을 맞아 열린 ‘치안한류 설명회 및 경찰 장비전시회’의 모습이다.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국제 경찰청장 협력회의에서도 경찰 장비전시회가 주목을 끌었다. 해외 18개국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국내 최초 경찰 국제행사에서 국산 경찰기술 및 장비를 선보인 것이다. 경찰은 이번 행사를 통해 종래 양에 초점을 맞추던 수출 장비의 질을 높이고 품목도 다양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계획이다.

증거분석 버스 등 첨단장비에 ‘원더풀’

증거분석 버스
증거분석 버스
경찰 장비전시회에서는 폭력 등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고음이 울리는 지능형 CCTV를 시작으로 순찰차 위에 부착해 각종 신호를 표기하는 리프트경광등, 스파이 앱(응용프로그램)을 탐지해 즉각 삭제하는 폴안티스파이앱, 각종 과학수사장비를 싣고 이동하며 현장증거를 분석할 수 있는 증거분석 버스(이동식 현장 증거 분석실) 등 50개가 넘는 국산 장비를 선보였다.

리프트경광등
리프트경광등
국가에 따라 관심을 보이는 장비도 달랐다. 왕젠 중국 공안부 차관은 국산 수갑과 일체형조끼(총집과 조끼를 일체화해 활동성과 편의성을 높인 것), 권총 등을 살펴보는 데 10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국산 순찰차를 살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소형 카메라의 일종인 웨어러블 폴리스캠, 경찰 모바일시스템 등 정보통신 장비는 캄보디아, 몽골 등이 구매 의사를 보였다.

사이버 및 과학수사 장비에 대해선 한국의 높은 기술 수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리 바키 파푸아뉴기니 경찰청장은 “이렇게 다양한 경찰장비를 모아서 소개하는 행사는 처음이라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 장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하고 흥미로운 것이 많은데 특히 증거분석 버스와 같은 과학수사 장비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알리 압둘라 알누이미 아랍에미리트(UAE) 경찰청장도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사이버 및 과학수사 기술의 수준이 높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해 각종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치안한류’ 조짐 속속 확인

한국 경찰 장비에 대한 해외 경찰의 높은 관심은 다양해지고 있는 경찰장비 수출품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해외에 수출한 경찰장비는 살수차와 순찰차, 방패 등 시위 진압 장비가 주류였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네시아, 오만, 온두라스 등과 경찰통신망 및 디지털포렌식센터 구축 등의 수출 계약을 처음 체결했다. 최근에는 엘살바도르 등에 CCTV나 정보기술(IT) 솔루션 관련 경찰 장비도 수출하고 있다.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은 “집회시위 진압 용도의 단순 장비를 수출하는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며 “지금은 사이버·과학수사장비 등이 주요 수출품목이 돼 앞으로 그 종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열린 국제과학수사박람회에서도 장비 수출 계약이 이뤄졌다. 미얀마 등이 증거분석 버스를 생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과학 장비는 다른 선진국 장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AS)도 보장돼 해외에서 선호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경찰청장 협력회의에 참가한 국가를 대상으로도 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정기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이번에 방문한 해외 경찰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고위급 정책 결정권자”라며 “이들이 흥미를 보인 과학수사장비는 수출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프트경광등, 일체형조끼 등 경찰 자체 개발 장비가 수출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황영선 경찰청 특수장비계장은 “몽골과 홍콩, 과테말라 등에서 다음달 도입하는 다목적 폴리스라인(PL)과 리프트경광등의 가격을 물어왔다”고 전했다. 전시회에서 선보인 경찰 일체형조끼에도 많은 국가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