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휩쓰는 분·초 단위 동영상·웹툰…'핑거 콘텐츠'의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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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의 콘텐츠 insight <3> 짧아지는 콘텐츠
일상 지배한 스마트폰 영향…기승전결 없이 하이라이트만
10분 내외 웹 예능 '신서유기', 종영 누적 조회수 4300만 넘어
콘텐츠보다 마케팅 역할 커져
일상 지배한 스마트폰 영향…기승전결 없이 하이라이트만
10분 내외 웹 예능 '신서유기', 종영 누적 조회수 4300만 넘어
콘텐츠보다 마케팅 역할 커져
최근 20~30대가 모인 자리에서 “영화관에 앉아 있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상영시간이 보통 1시간30분~2시간에 달하는 영화를 한자리에서 한 번에 다 보는 것은 지친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집에서 인터넷TV(IPTV)로 보면 하이라이트를 제외한 부분은 넘기거나 2배속으로 볼 수 있어 편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최근 영화·드라마를 포함한 동영상 콘텐츠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위는 ‘초(秒)’ ‘분(分)’이다. 72초짜리 드라마가 페이스북에서 공유되고, 29초짜리 초단편영화가 주목받는다. 10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으로 이뤄진 인터넷 예능 프로그램 ‘신(新)서유기’는 이달 초 종영 당시 누적 조회수가 4300만건을 훌쩍 넘었다.
신서유기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제작 당시부터 ‘지하철’ 얘기를 꺼냈다. 지하철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포부였다. 또 다른 ‘지하철용 콘텐츠’인 웹툰도 더 짧은 형태가 등장했다. 한 컷씩 밀어 넘기며 보는 형태다. 예전에는 위아래로 엄지를 움직여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한 번에 한 장면만 눈에 담는 것이 가능해졌다. 댓글도 한 회가 아니라 한 컷마다 단다.
기존 콘텐츠의 수요는 여전히 있지만, 길이가 짧은 ‘핑거 콘텐츠’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간결한 메시지나 길이와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재미, 톡톡 튀는 센스가 특징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서 기존 콘텐츠의 ‘기승전결’ 구조는 의미가 없다. 트위터의 6초짜리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바인’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하이라이트로만 이뤄져 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만 모아 짧게 편집해 붙인 영상, 우스꽝스러운 행인의 모습만 담은 영상 등이다.
길이가 짧아진 덕분에 문화콘텐츠의 1인 제작이 손쉬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대박’의 가능성은 떨어지고 있다. 파편화 문제가 심각해져서다. 그러잖아도 종류가 많은데 너도나도 만들어 내니 거의 매 순간 쌓이는 콘텐츠 양이 어마어마하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도 금세 묻히기 일쑤다.
짧은 콘텐츠를 뇌리에 각인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편 동영상 제작·유통 관계자들은 “잔머리는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성지환 ‘72초 TV’ 대표는 이 회사가 기획·제작하는 콘텐츠들에 “복선이 없다”고 밝혔다. 복선이 얽히고설키면 짧은 분량에 다 담아내지 못한다. 1회의 반전은 인상적일 수 있어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 헷갈릴 수 있다.
콘텐츠의 질을 높여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잘 만든 콘텐츠가 그만큼 많아져서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는 말은 거짓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오진세 CJ E&M MCN 사업팀장은 “오히려 마케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콘텐츠를 어디에 유통할지 유통 채널을 고르고 유통 계획을 짜는 ‘플래너’는 예전에 광고업계에 있는 직업이었지만 최근 동영상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파편화 문제는 소비자도 겪는다. 먹거리가 엄청나게 많은 뷔페에 간 상황과 비슷하다.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가 늘어나는 이유다. 누구나 취향을 드러내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다분히 개념적인 얘기다. 콘텐츠 ‘쓰나미’ 안에서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최근 영화·드라마를 포함한 동영상 콘텐츠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위는 ‘초(秒)’ ‘분(分)’이다. 72초짜리 드라마가 페이스북에서 공유되고, 29초짜리 초단편영화가 주목받는다. 10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으로 이뤄진 인터넷 예능 프로그램 ‘신(新)서유기’는 이달 초 종영 당시 누적 조회수가 4300만건을 훌쩍 넘었다.
신서유기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제작 당시부터 ‘지하철’ 얘기를 꺼냈다. 지하철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포부였다. 또 다른 ‘지하철용 콘텐츠’인 웹툰도 더 짧은 형태가 등장했다. 한 컷씩 밀어 넘기며 보는 형태다. 예전에는 위아래로 엄지를 움직여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한 번에 한 장면만 눈에 담는 것이 가능해졌다. 댓글도 한 회가 아니라 한 컷마다 단다.
기존 콘텐츠의 수요는 여전히 있지만, 길이가 짧은 ‘핑거 콘텐츠’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간결한 메시지나 길이와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재미, 톡톡 튀는 센스가 특징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서 기존 콘텐츠의 ‘기승전결’ 구조는 의미가 없다. 트위터의 6초짜리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바인’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하이라이트로만 이뤄져 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만 모아 짧게 편집해 붙인 영상, 우스꽝스러운 행인의 모습만 담은 영상 등이다.
길이가 짧아진 덕분에 문화콘텐츠의 1인 제작이 손쉬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대박’의 가능성은 떨어지고 있다. 파편화 문제가 심각해져서다. 그러잖아도 종류가 많은데 너도나도 만들어 내니 거의 매 순간 쌓이는 콘텐츠 양이 어마어마하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도 금세 묻히기 일쑤다.
짧은 콘텐츠를 뇌리에 각인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편 동영상 제작·유통 관계자들은 “잔머리는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성지환 ‘72초 TV’ 대표는 이 회사가 기획·제작하는 콘텐츠들에 “복선이 없다”고 밝혔다. 복선이 얽히고설키면 짧은 분량에 다 담아내지 못한다. 1회의 반전은 인상적일 수 있어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 헷갈릴 수 있다.
콘텐츠의 질을 높여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잘 만든 콘텐츠가 그만큼 많아져서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는 말은 거짓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오진세 CJ E&M MCN 사업팀장은 “오히려 마케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콘텐츠를 어디에 유통할지 유통 채널을 고르고 유통 계획을 짜는 ‘플래너’는 예전에 광고업계에 있는 직업이었지만 최근 동영상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파편화 문제는 소비자도 겪는다. 먹거리가 엄청나게 많은 뷔페에 간 상황과 비슷하다.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가 늘어나는 이유다. 누구나 취향을 드러내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다분히 개념적인 얘기다. 콘텐츠 ‘쓰나미’ 안에서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