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능력, 증권사 경쟁력 잣대…전략적 M&A로 덩치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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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KOREA 인물탐구 (4)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한국 대표
'팔기 어려운 회사'는 없다
5년간 50곳 인수후보 접촉…하이닉스 '성공 매각' 이끌어
국내 증권사 최장수 CEO
미국 Fed서 첫 직장 생활…30대 중반에 CS 한국대표 맡아
순이익 6년째 외국계 1위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한국 대표
'팔기 어려운 회사'는 없다
5년간 50곳 인수후보 접촉…하이닉스 '성공 매각' 이끌어
국내 증권사 최장수 CEO
미국 Fed서 첫 직장 생활…30대 중반에 CS 한국대표 맡아
순이익 6년째 외국계 1위
2002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증권사 사장단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모임에 30대 중반의 사내가 들어섰다. 갓 취임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한국 지점의 이천기 대표(1966년생)였다. 그는 첫 인사 자리에서 ‘돌직구’를 던졌다. “이제 업계는 6자(1960년대생)가 이끌 테니 5자(1950년대생)이신 분들은 쉬셔도 됩니다.” 당시 증권사 사장단 가운데 60년대생인 임석정 JP모간 대표(현 CVC캐피털 부회장)가 가장 어렸고 나머지는 모두 40~50년대생이던 시기. 이 대표의 뼈있는 농담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고 참석자들에게 이 대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때의 당돌한 젊은 사장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며 어느덧 국내 증권사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하이닉스·외환은행 매각 주선
이 대표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매각 전문가’로 통한다. 숱한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그의 강점은 ‘팔기 어려운 회사’를 팔 때 유감없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와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매각이다. 수년간 주인을 못 찾아 매각 자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던 기업들이다.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다른 IB업계 대표들이 ‘팔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왜 들고 있느냐. 포기하고 차라리 다른 기업을 찾아라’고 말리곤 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08년 CS가 자문을 맡아 매각이 완료되는 데 5년이 걸렸다. 50여곳이 넘는 인수후보와 접촉했고, 10여곳이 넘는 채권단 의견을 조율해야 했다. 거래 구조도 수차례 바뀌었다. 이 거래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이 인수한 뒤 화려하게 부활해 주력 계열사로 거듭났다. 외환은행도 2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매각 작업을 그의 뚝심으로 성공시켰다.
IB업계의 ‘악바리’
CS는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계 증권사 중 순이익 기준으로 6년 연속 1위를 달렸다. 국내 증권사 톱 10위에 외국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에서도 매년 외국계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업계에서 ‘악바리’로 통한다. 그의 악바리 근성을 보여주는 대학 시절 일화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뉴저지주립대에 입학했다. 첫날 수업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자 집에 오자마자 눈물을 떨궜다. 다음날부터 교탁 위에 녹음기를 갖다놓고 모든 수업을 녹음해 집에 오면 받아쓰기를 했다. 4년 뒤 졸업 성적은 2500명 중 1위였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들어갈 때는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인 GMAT에서 응시자 20여만명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졸업 후 한국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국제금융정책관 보좌역을 맡는 등 5년간 이곳에서 일하다가 1998년부터 CS에 몸담았다.
이 대표는 현재 KDB대우증권,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한국항공우주(KAI) 등의 매각을 맡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상장, CJ의 코웨이 인수자문 등을 하고 있다.
“전환점에 선 국내 금융산업”
이 대표는 국내 금융산업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IB분야에서 앞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대형 투자기관이 주도하는 거래들이 시장을 달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 고객 자산을 굴리는 프라이빗뱅킹(PB)이 증권사별 경쟁력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에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도 해외보다는 국내 회사가 인수해 대형화하고 PB와 IB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취미는 스킨스쿠버다. 이 분야 최고 자격증으로 꼽히는 프로전문다이빙강사협회(PADI) 인증 자격증을 갖고 있고 휴가 때면 세계 바닷속을 누빈다. 취미 활동에 푹 빠지다 보니 어느새 프로급 대접을 받는 수준이 됐다. 2013년 제작된 KBS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송 마지막 부분에 ‘촬영 이천기’라는 자막을 볼 수 있다. KBS 요청으로 촬영기사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이 대표는 “은퇴하면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에 리조트를 지어 손님도 받고 스킨스쿠버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하이닉스·외환은행 매각 주선
이 대표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매각 전문가’로 통한다. 숱한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그의 강점은 ‘팔기 어려운 회사’를 팔 때 유감없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와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매각이다. 수년간 주인을 못 찾아 매각 자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던 기업들이다.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다른 IB업계 대표들이 ‘팔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왜 들고 있느냐. 포기하고 차라리 다른 기업을 찾아라’고 말리곤 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08년 CS가 자문을 맡아 매각이 완료되는 데 5년이 걸렸다. 50여곳이 넘는 인수후보와 접촉했고, 10여곳이 넘는 채권단 의견을 조율해야 했다. 거래 구조도 수차례 바뀌었다. 이 거래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이 인수한 뒤 화려하게 부활해 주력 계열사로 거듭났다. 외환은행도 2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매각 작업을 그의 뚝심으로 성공시켰다.
IB업계의 ‘악바리’
CS는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계 증권사 중 순이익 기준으로 6년 연속 1위를 달렸다. 국내 증권사 톱 10위에 외국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에서도 매년 외국계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업계에서 ‘악바리’로 통한다. 그의 악바리 근성을 보여주는 대학 시절 일화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뉴저지주립대에 입학했다. 첫날 수업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자 집에 오자마자 눈물을 떨궜다. 다음날부터 교탁 위에 녹음기를 갖다놓고 모든 수업을 녹음해 집에 오면 받아쓰기를 했다. 4년 뒤 졸업 성적은 2500명 중 1위였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들어갈 때는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인 GMAT에서 응시자 20여만명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졸업 후 한국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국제금융정책관 보좌역을 맡는 등 5년간 이곳에서 일하다가 1998년부터 CS에 몸담았다.
이 대표는 현재 KDB대우증권,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한국항공우주(KAI) 등의 매각을 맡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상장, CJ의 코웨이 인수자문 등을 하고 있다.
“전환점에 선 국내 금융산업”
이 대표는 국내 금융산업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IB분야에서 앞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대형 투자기관이 주도하는 거래들이 시장을 달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 고객 자산을 굴리는 프라이빗뱅킹(PB)이 증권사별 경쟁력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에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도 해외보다는 국내 회사가 인수해 대형화하고 PB와 IB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취미는 스킨스쿠버다. 이 분야 최고 자격증으로 꼽히는 프로전문다이빙강사협회(PADI) 인증 자격증을 갖고 있고 휴가 때면 세계 바닷속을 누빈다. 취미 활동에 푹 빠지다 보니 어느새 프로급 대접을 받는 수준이 됐다. 2013년 제작된 KBS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 방송 마지막 부분에 ‘촬영 이천기’라는 자막을 볼 수 있다. KBS 요청으로 촬영기사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이 대표는 “은퇴하면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에 리조트를 지어 손님도 받고 스킨스쿠버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