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의 데스크 시각] '똑똑한' 부산·대구 청약자들
연초 국내 주택 및 건설 관련 연구소들은 지방 주택시장의 활황세가 올해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부산, 대구, 광주 등을 중심으로 2010년부터 집값 반등이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공급도 크게 늘어난 게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초부터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수도권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연구소들의 지방 주택시장 전망은 빗나갔다. 부산에선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지난달까지 최근 3개월간 13개 분양 단지가 모두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됐다. 대구에서도 올해 전국 최고인 622 대 1의 청약 경쟁률 단지가 나오는 등 1순위 ‘완판(완전판매)’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 울산, 경남 창원 등도 비슷한 모습이다.

늘어나는 ‘합리적 가수요자’

지방 도시의 청약 열기에 대해 적지 않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시장 과열’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주택 실수요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가수요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최근 지방 대도시에서 분양 대행업무를 여러 차례 담당한 대형 분양마케팅업체 김모 대표는 “지방 청약시장의 질(質)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가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묻지마 청약자’로 보기는 어렵다. “부산 대구 등에서 단기 투자를 위해 분양시장에 뛰어드는 청약자들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는 설명이다. 예컨대 청약을 해 당첨된 뒤 웃돈이 붙으면 바로 되팔고 웃돈이 미미하거나 붙지 않으면 1개월 뒤에 있을 분양 계약을 포기하는 방식이다. 다시 청약저축에 가입해 6개월만 기다리면 1순위 자격은 또 생긴다.

과거 2년이던 청약통장 1순위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면서 계약 포기에 따른 청약 기회비용도 크게 줄어들었다. 부부가 함께 청약저축에 가입하면 3개월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벌 수 있는 무(無)위험 투자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비(非)이성적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청약경쟁률 과대 포장 주의를

문제는 시장에 대한 착시(錯視)다. 분양시장 열기와 해당 아파트 인기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 잣대인 청약 1순위 경쟁률이 과대 포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순위 자격이 통장 가입 2년일 때와 6개월일 때는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지방 주요 분양단지에선 상당한 투자 수요가 몰린 사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에서 경쟁률 300 대 1을 넘긴 한 아파트는 분양 뒤 4개월 동안 70% 이상의 가구가 손바뀜을 했다. 대구에선 분양 가구의 90% 이상이 전매된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주택 실수요자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과신한 나머지 세부 입지여건 등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을 땐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주택보급률이 103%(2014년 말 기준)로 높아진 시점에서 분양 및 청약 규제 수준을 다시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실수요자들이 보다 더 정확한 시장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건 정부 몫이다.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분양 계약률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 과잉 논란 속에 불투명성이 높아진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살아남는 길은 더 많은 발품을 팔고 더 똑똑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김철수 건설부동산 부장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