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치러진 폴란드 총선거에서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보수 성향의 ‘법과 정의당(PiS)’이 집권당인 중도 성향의 ‘시민강령(PO)’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날 선거 종료 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법과 정의당은 39.1%, 시민강령은 23.4%를 득표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460석 중 법과 정의당은 238~242석, 시민강령은 133~135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법과 정의당은 2005~2007년 집권한 이후 8년 만에 정권을 되찾게 됐다.

8년 전 총리를 지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66)는 “폴란드인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이번엔 총리로 나서지 않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의원인 베아타 시들로(52)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유럽연합(EU) 체제에 회의적인 법과 정의당은 난민 수용과 유로화 사용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저소득층 감세와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공짜 약 제공 등의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의 환심을 샀다. 특히 “7000여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에 공개 반대하는 등 난민 문제를 이슈화해 난민 혐오 정서에 적극 편승했다.

뉴욕타임스는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전통적인 가톨릭 가치에 호소한 것도 승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법과 정의당은 폴란드에서 영향력이 큰 로마 가톨릭 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 정당은 폴란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게 됐다. 좌파그룹 동맹체 ‘좌파연합’과 신생 정당 ‘투게더’가 원내 진입을 위한 최소 지지율 확보에 실패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