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사두자"…중·일, 글로벌 유전·에너지업체 경쟁적 인수
중국 산둥성의 한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가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유전 두 곳을 인수했다. 일본 미쓰이물산도 브라질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천연가스 부문 자회사 지분 49%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일본이 저유가 기회를 활용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유전 눈독 들이는 中기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옌타이신차오가 미국 에너지기업 톨시티와 플리머스페트롤리엄으로부터 텍사스주 서부지역에 있는 유전 두 곳을 사들였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입 가격은 총 13억달러(약 1조4735억원)에 달한다. 상하이증시 상장 기업인 옌타이신차오는 이 같은 내용을 전날 상하이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했다. 옌타이신차오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승인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옌타이신차오의 텍사스 유전 인수는 주체가 에너지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점에서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열기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달에는 중국 귀금속 유통업체 골든리프가 텍사스의 에너지회사 ERG리소스를 인수했다. 미국의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다양한 업종의 중국 기업이 북미지역 유전 매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중국은 국영 에너지기업이 자국 내 유전개발을 독점하고 있어 에너지 분야 투자에 관심 있는 다른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도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최근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페루법인을 인수했고, 중국해양석유는 러시아 기업 루코일로부터 카자흐스탄 유전 지분을 매입했다. 페트로차이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기간에 영국 최대 정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공동으로 해외 유전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日, 민·관 합동 자원개발 총력전

일본 기업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올초 모잠비크 모아티제 탄광 지분 15%를 취득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페트로브라스의 천연가스 자회사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또 이토추상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니켈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의 이 같은 행보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것이라는 평가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2016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인 748억엔(약 7000억원)의 예산을 편성, 기업의 해외 석유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일본 정부기관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일본 민간기업이 진행하는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향후 5년간 20억달러(약 2조2658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것은 지속적인 저유가로 해외 유전 및 에너지기업 가격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작년 6월 배럴당 100달러(서부텍사스원유 기준)를 돌파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과 일본이 저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 협조 아래 중장기적 안목에서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