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남아공…다시 흑백차별 반대 '저항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부르던 저항가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가 악화하면서 흑백 인종갈등이 고조된 탓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 정부가 1948년 도입한 인종차별 정책으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4년까지 유지됐던 제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여년 전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뒤 중산층 흑인가정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거의 없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최근 남아공에서는 대학생들이 연일 제이컵 주마 대통령에 대한 퇴진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아공에선 시위가 흔한 편이지만 학생이 주도하는 대규모 시위는 민주화가 진행된 20여년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골드만삭스 자료에 따르면 남아공 공립대에 다니는 흑인 학생(학사과정) 수는 100만명에 이른다. 1995년에는 흑인 학생 비중이 49%였지만 2013년에는 72%까지 높아졌다. 전체 인구 중 흑인 비율(80%)에 근접했다.

하지만 졸업 후 진로는 인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민간기업 관리자가 되거나, 숙련공이 되는 사람은 대부분 백인이다. 흑인은 일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렵고 대부분 비숙련 저임금 노동에 머물러 있다. 흑인 실업률은 28%를 넘지만 백인 실업률은 7%대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남아공 스텔렌보스대에 재학 중인 마자렛체 마툼은 FT에 “많은 남아공 흑인은 여전히 백인에게 굴종하며 살고 있다”며 “백인은 자신들이 크게 손해보지 않고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선까지만 사회를 바꿨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남아공 경제가 최근 악화되는 것도 흑인 중산층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금융위기 전 연 6~7% 안팎이던 남아공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5%까지 떨어졌다. 지난 2분기에는 아예 감소(-1.3%)했다. 남아공의 자유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연구기관인 헬렌수즈먼재단의 오브리 마치키 연구원은 “빈곤층의 불만에다 중산층의 불만까지 겹쳐 남아공 사회가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