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분석] '몸값' 횡령 비리로 몸살…프로축구계 "나 떨고있니"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죠. 인건비가 구단 운영비의 절반에 육박하는데도 관리를 소홀히 해왔으니 제대로 뛰어볼 틈도 없이 자책골 넣은 꼴이 됐습니다.”

최근 지방의 한 프로축구단 임원은 검찰의 프로축구단 비리 혐의 조사에 대해 이렇게 푸념했다. 지난 1일 안종복 전 경남FC(경남도민 프로축구단) 사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경영진과 감독 등 수뇌부를 중심으로 프로축구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안씨는 2013년 1월부터 약 2년 동안 경남FC 사장을 맡으며 에이전트와 짜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 계약할 때 몸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정우의 현장분석] '몸값' 횡령 비리로 몸살…프로축구계 "나 떨고있니"
문제의 심각성은 10여년 이상 ‘축구 전문 경영인’이란 이미지로 축구계를 주름잡아온 안씨의 경력에서 엿볼 수 있다. 안씨는 선수생활을 마친 뒤 1990년대 대우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단장을 맡으며 팀을 명문구단으로 키웠다. 2004년 인천유나이티드 사장으로 부임, 혁신적인 경영 수완으로 국내 프로축구단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며 주목받았다. 2013년엔 대한축구협회장 후보로까지 거론됐을 만큼 축구계에서 영향력이 지대했다. 이번 사건이 프로축구단뿐만 아니라 축구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조사의 징후는 지난해 처음 감지됐다. 지난해 초 검찰은 사장과 감독 등이 개입된 용병 영입 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확보했다. 이후 전·현직 프로축구단 프런트 직원들과 에이전트, 업계 관계자 등을 통해 사실 확인을 위한 비공식적인 면담 조사가 이뤄지면서 프로축구계엔 “OO구단이 털렸다. 올 것이 왔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했다.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올해 초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현재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프로구단만 4~5곳. 하지만 검찰은 외국인 선수 ‘몸값’ 비리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비슷한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여죄와 연결 고리 파악 등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횡령한 ‘몸값’에 사용된 자금이 시나 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직접 받았거나 지역 후원사들로부터 유치한 구단 운영자금의 일부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안씨가 사장이던 경남FC나 인천유나이티드처럼 구단 운영자금의 대부분이 지자체가 배정한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안씨는 범죄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됐지만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안씨의 집과 해당 축구단 사무실, 에이전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계좌 추적을 벌인 결과 혐의를 입증할 상당 부분의 자료가 확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도민 축구단 경영층에 대한 제보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이 수사를 거듭할수록 다른 구단과 에이전트, 감독에 이르기까지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구단 외에 프로축구단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향후 검찰의 수사가 어디로 얼마나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정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