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약효는 같지만 가격은 '절반'…바이오시밀러 시대 '활짝'
항체의약품 복제약 ‘바이오시밀러’ 시대가 열렸다. 셀트리온이 2012년 세계 최초로 존슨앤드존슨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한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화이자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브랜시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과 약효는 동등하면서 가격은 30~50% 낮은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환자들의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우선 혜택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서 먼저 혜택을 보게 된 환자는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모두 첫 바이오시밀러로 선택한 의약품이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다.

류머티즘관절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관절을 둘러싼 활막에 염증이 생기지만 점차 주변 연골과 뼈로 염증이 퍼진다. 이로 인해 관절이 손상되고 변형된다. 손가락 손목 발가락 발목 등 작은 관절부터 통증과 뻣뻣함이 시작된다. 무릎과 같은 큰 관절까지 통증이 이어진다. 주로 아침에 1시간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 세균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로 추정된다.

[Health] 약효는 같지만 가격은 '절반'…바이오시밀러 시대 '활짝'
세계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수는 3000만명에 이른다. 국내에는 약 30만명의 환자가 류머티즘관절염을 앓고 있다. 류머티즘관절염을 일단 앓기 시작하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치료제를 통상 8주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맞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에는 ‘효자 제품’으로 꼽힌다. 에브비의 휴미라는 지난해 126억달러(약 13조원)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의 엔브렐은 86억달러(약 9조원)를 기록했다.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는 연간 92억달러어치(약 9조원)가 팔린다. 레미케이드의 전 세계 매출이 국내 상위 23개 제약사 매출과 맞먹을 정도다.

반면 환자들에게는 치료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 기준으로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는 1만5000~2만달러에 이른다. 국내 치료 비용은 연간 800만원으로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환자들에게는 절실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브랜시스 출시 간담회에서 최정윤 대구가톨릭대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브랜시스가 장기 임상 결과 기존 제품과 효능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선택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당뇨 치료에도 확대

암과 당뇨 등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바이오시밀러 수혜를 조만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관절염에 이어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국내 허가를 받은 상태다. 림프종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시험 1상을 끝마쳤다. 호흡기 질환, 대장암 등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안에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판매 허가를 유럽의약청(EMA)에 신청할 계획이다. 유방암 바이오시밀러도 임상시험 3상이 진행 중이다.

5년 뒤 10배 성장

항체의약품은 유전자 공학 기술을 활용해 만든 항체(바이러스, 세균 등 항원을 비활성화하고 신체에 침입한 미생물에 대항해 세포 외부 자극을 유도하는 당단백질)로 질병의 원인 물질을 표적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나면서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환자는 물론 각국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항체의약품 복제는 최근 몇 년 전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합성의약품은 화학식만 알면 100% 똑같은 복제약(제네릭)을 만들 수 있다.

항체의약품은 물질의 분자량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어렵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셀트리온의 성공으로 화이자 테바 등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바이오시밀러는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해야 하는 각국 정부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며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7억달러였던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7년 79억달러, 2020년 173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