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최근 열린 국제당뇨병학술대회에서 JW중외제약의 당뇨병 신약 ‘가드렛’의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다케다 준 일본 기후대 의대 교수.
제주에서 최근 열린 국제당뇨병학술대회에서 JW중외제약의 당뇨병 신약 ‘가드렛’의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다케다 준 일본 기후대 의대 교수.
국내 당뇨병 환자는 320만명에 달한다. 당뇨병 전 단계인 혈당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를 포함하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넘는 660만명에 이른다. 30세 이상 성인 12%가 당뇨병을, 25%가 혈당장애 등을 앓고 있다.

당뇨병은 몸속에서 포도당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혈중 포도당, 즉 ‘혈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특징이다. 몸속 혈당이 높아지면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쉽게 피로하고 시야가 흐려진다. 위장에 통증이 생기고 구토를 하거나 기절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이 같은 증상과 함께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하게 된다. 오랜 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망막에 문제가 생겨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신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수 있고 저림, 통증 등의 신경계 질환, 각종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 당뇨 질환에 대해 명확히 알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당뇨병 약, 하루 2회 복용 효과 좋아

몸속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나와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당뇨병을 제1형 당뇨병,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당뇨병을 제2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85%는 제2형 당뇨병으로 대부분 성인이 걸려 ‘성인 당뇨’로도 불린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전학적으로 제2형 당뇨병에 취약하다. 당뇨병은 심각한 수준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함께 해야 하는 질환이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 개발 트렌드는 최소 복용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당뇨병 치료제 처방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 지속형 제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혈당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메트포르민’은 대표적인 1차 약제다. 대부분의 환자가 이 약과 인슐린 분비를 돕는 약을 같이 먹는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인슐린 분비 촉진제는 DPP-4 억제제다. DPP-4 억제제와 메트포르민을 함께 먹는 환자의 경우 DPP-4 억제제를 한 주에 한 번이나 하루에 한 번 먹는다고 해도 메트포르민은 하루 두 번씩 복용해야 한다. 더욱이 상당수의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어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복약 횟수보다 혈당 수치 감소가 중요

효과적 혈당 관리를 위해 중요한 것은 ‘복약 횟수 감소’가 아니라 ‘지속적인 혈당 수치 감소’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2015 국제당뇨병학술대회에서는 이에 관한 의미있는 발표가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다케다 준 일본 기후대 의대 교수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인 JW중외제약의 가드렛(성분명 아나글립틴)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케다 교수는 많은 DPP-4 치료제 중 가드렛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인들의 식습관과 당뇨 유형을 고려했을 때 하루 두 번 복용하는 DPP-4 치료제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케다 교수는 “아침보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안전한 혈당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혈당 관리를 위해 아침과 저녁 2회에 걸쳐 당뇨약을 복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에 1회 복용하는 치료제의 경우 저녁이 되면 혈당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며 “잠자는 시간 동안에도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드렛은 당뇨병 치료는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다케다 교수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만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할 정도가 아닌 환자라면 가드렛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 중 하나가 신장 기능 장애다. 국내 당뇨병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신장 기능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만성 신장질환의 유병률은 10%에 달한다. 가드렛은 신장병 환자에게도 유리한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케다 교수는 “일부 DPP-4 억제제는 신장질환자들이 용량을 줄여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일본 임상 결과 가드렛은 별도 용량 조절 없이도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