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

영원한 미제로 남아 경찰 역사에 오점이 된 화성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은 관객 수가 500만 명을 넘었다. 최근 상영된 ‘베테랑’ 관객 수는 1300만 명을 돌파해 역대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이 두 작품의 결말은 다르지만 작품 속의 경찰관들, 특히 범인을 쫓는 형사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이 문구는 경찰관에 입문을 하게 되면 신임교육을 받는 중앙경찰학교 정문에 걸린 문구이다. 이 문구를 볼 때마다 가슴에 피가 끓어오르는 것은 경찰관이 된 것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일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신임교육을 마치고 일선에 배치되면 이런 환상들은 모두 깨지고 만다. 경찰관들에게 영화 밖 세상은 주취자들의 소란·난동행위와 악성민원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곳이기 때문이다. 매일 112신고에 접수되는 주취자들은 경찰의 단골손님이다.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나가면 주취자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거나 사소한 걸로 트집을 잡는다.

이런 취객들 횡포를 꾹꾹 참아가며 달래보지만,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들도 허다하다. 이런 과정에서 제복이 찢어지고 얼굴이나 몸 등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경찰관도 부지기수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경찰관들에게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마무리 되고 나면 악질적으로 체포의 적법성, 독직폭행 등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해서 해당 경찰관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이다. 과도한 음주와 법의 테두리를 넘은 행동에 대한 배경에는 우리국민의 음주문화에 대한 관대함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일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경찰은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와 같이 신속하게 강력범을 검거하고,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 형사처럼 끈질기게 범인을 뒤쫓는 경찰,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하는 경찰이지만 그에 앞서 경찰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음주문화에 대한 국민정서의 전환을 무엇보다 절실하게 원한다.

광주북부경찰서 기동순찰대 김홍철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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