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미국 유명 백화점들…매출 줄자 저가 할인점 잇단 개설
‘콧대’ 높은 미국 유명 백화점들이 잇따라 할인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백화점 매출이 줄어들자 할인점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판매해서라도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로드앤드테일러’가 다음달 19일 뉴저지주 파라무스에서 첫 번째 할인점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826년 뉴욕 맨해튼에서 영업을 시작한 로드앤드테일러는 고가 상품을 주로 판매하며 명품 백화점의 위상을 구축해왔다.

할인점 이름은 ‘파인드앳 로드앤드테일러’로 지었으며, 내년까지 최대 6개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이 할인점은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를 핵심 소비자로 정하고 매장에 유아용품과 가정용품을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할인점 시장을 두드리는 백화점은 로드앤드테일러뿐만 아니다. 단일 백화점의 점포 수 기준으로 한때 세계 최대라는 명성을 얻었던 메이시스도 지난달 메이시스 백스테이지라는 할인점을 개장했다.

메이시스 백스테이지는 메이시스 백화점의 이월상품 등을 20~80%까지 싸게 판다. 이미 할인점사업에 진출한 노드스트롬과 삭스, 니먼마커스 등 다른 대형 백화점도 할인점 수를 늘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백화점이 자존심을 버리고 저가 상품 판매로 눈을 돌린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매출 감소를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할인점을 찾는 발길이 계속 늘고 있다”며 “미국에서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 격차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 관련 조사업체 커스터머그로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할인점 매출은 420억달러로 전망된다. 2009년 270억달러보다 55%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백화점 매출은 640억달러에서 590억달러로 8% 이상 감소했다.

WSJ는 “백화점들이 생존을 위해 할인점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앞길이 창창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며 “로만스나 필른스베이스먼트, 심스코프 같은 백화점은 할인점을 냈다가 손해만 보고 철수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