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 야경
경복궁 근정전 야경
단풍이 오색영롱하게 물드는 계절이다. 높다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는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할 터. 가족, 연인과 함께 ‘도심 속 쉼터’인 궁궐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궁궐만큼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곳도 흔치 않다. 문화재청이 예상한 궁궐과 조선왕릉의 올가을 단풍 절정기는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다. 내달 1일까지는 ‘2015년 가을 관광주간’을 맞아 내국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4대 궁과 종묘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 창덕궁 후원과 고궁 야간 특별관람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창덕궁에서 즐기는 가을 독서

창덕궁은 11월8일까지 분위기 있는 ‘가을 도서관’으로 변신한다. 이 기간에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가 열린다. 창덕궁 후원은 조선의 임금들이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던 공간이다. 우거진 숲과 연못, 정자들이 아름답게 배치돼 있다. 300년이 넘는 오래된 나무도 있다.

이 가을…궁궐을 거닐다
독서와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행사는 영화당, 존덕정, 취규정, 농산정 등 창덕궁 후원의 정자에 시와 수필, 어린이책 등 다양한 도서를 비치해 독서 장소로 개방하는 행사다. 행사 기간에는 창덕궁 후원 1회 입장 인원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 관람객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입장해 해설자의 인솔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설명을 원하는 관람객에게는 안내 해설 서비스를 평소대로 제공한다.

창덕궁은 이번 행사와 연계해 내달 1일 오전 11시 후원 연경당에서 정호승 시인을 초청해 ‘작가와의 만남’ 강연을 연다. 이날 창덕궁 후원 관람객은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창경궁에서는 내달 1일까지 우리 꽃을 감상하고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우리 꽃 전시회’가 열린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전시장은 1909년 지어진 국내 최초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등록문화재 제83호)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자생식물 60여분(盆), 들국화 목부작(고목 등 나무에 화초를 붙여 만든 작품) 20여분, 우리 육종 기술로 키운 꽃 150여분 등을 대온실 내부 ‘주제관’과 대온실 외부 ‘야외전시관’, ‘홍보관’에서 전시한다. 꽃잎을 눌러 만든 ‘압화’ 및 꽃다발 만들기, 백합 알뿌리 나눠주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창경궁 대온실에서는 29일 오후 3시부터 ‘궁궐의 꽃과 나무’를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조선 시대 궁중의 꽃과 나무를 관장하던 ‘장원서’ 및 조선왕조실록과 동궐도(東闕圖)에 등장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기로운 선율로 물드는 덕수궁

덕수궁은 단풍철에 선릉과 함께 오후 9시까지 상시 개방한다.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인 다음달 25일 오후 7시에 음악회가 열린다. 석조전 음악회는 1910년대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고종황제 생신 연회에서 국내 최초의 피아니스트 김영환이 연주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기획한 행사다.

음악회에는 남성 성악 아카펠라 그룹 ‘펠리체싱어즈’와 테너 백광호, 소프라노 하연주 등이 출연한다. 연주 곡목은 아일랜드 민요인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과 가곡 ‘선구자’ ‘아버지’,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ino caro)’ 등 친숙한 곡으로 구성했다. 이 행사는 ‘문화가 있는 날’ 후원 기업인 신한카드와 함께한다. 음악회 신청은 내달 18일 오전 10시부터 덕수궁관리소 홈페이지(deoksugung.go.kr)에서 접수한다. 선착순으로 관객 120명을 모집한다.

경복궁에서도 30일까지 경복궁 수정전에서 가을 음악회가 열린다. 한국 전통 공연과 클래식 공연, 퓨전 공연 등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궁궐 야간개방 입장객을 대상으로 오후 8시부터 50분간 진행한다.

궁궐별 야간 특별관람은 철마다 인기다. 지난 8일 옥션과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한 경복궁 야간 관람권은 예매 시작 10분 만에 ‘완판’됐다. 창덕궁 ‘달빛기행’도 28일까지 성공리에 개최됐다. 경복궁은 다음달 2일까지, 창경궁은 1일까지 야간 개방이 이뤄진다. 4대 고궁인 덕수궁은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상시 야간 관람이 가능하다. 덕수궁 입장은 오후 8시 마감한다.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왕릉에서 펼쳐지는 가을 행사도 다채롭다. 동구릉(31일까지)과 의릉(다음달 3~7일)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조선왕릉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조선왕릉과 현충사에서는 내달 16일까지 ‘낙엽 밟기 체험행사’도 진행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