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27) 차익거래는 무소불위인가?
이론적으로 파생상품 가격은 무위험차익이 존재하지 않는 무차익가격으로 결정되는데 이를 무차익원리라 하며 학계에서 신봉된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차익거래는 파생상품의 수요-공급을 결정하는 한 요소일 뿐, 파생상품 가격은 차익거래를 포함한 다양한 수요-공급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 시장에서의 거래인 선물거래를 가정하자. 주식 A의 현재가격이 S0, 연 금리가 r일 때 A 1주를 1년 후에 매매하는 선물가격이 F0 = S0(1+r) + x라 하자(x>0). 이 선물의 이론가는 S0(1+r)이므로 F0는 현재 과대평가 상태다. 이때 갑이 은행에서 S0를 연 금리 r에 빌려 1주를 사고 동시에 선물거래로 1주를 F0의 가격으로 판다고 하자. 참고로 선물 만기인 1년 후 선물가격은 1년 후 주가인 S1이 된다. 즉 F1 = S1.

1년 후 갑의 현금흐름은 다음과 같다. 현물거래에서는 1년 후 1주 팔아 S1의 수입을 얻는다. 선물거래에서는 (오늘 팔고) 1년 후 되사야 하므로

F0 - F1 = S0(1+r) + x - S1이다. 또 은행에 S0(1+r)를 갚으면 갑의 순이익은 S1 + S0(1+r) + x - S1 - S0(1+r) = x다. x>0인 한 이 무위험차익을 얻기 위해 모든 투자자가 은행에서 무한정 돈을 빌려 A 주식을 사고 동시에 선물에서는 이 주식을 팔 것이므로 결국 x = 0이 될 때 비로소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은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첫째, 투자자들이 주식매수를 위해 자기 돈이든 은행 돈이든 무한정 동원할 수 없다. 둘째, 선물거래를 무한정 확대하려면 증거금 즉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이 또한 무한정 동원할 수 없다. 셋째, 주식매도 시 거래세를 내야 하므로 ‘무위험’ 차익은 불가능하다. 세율이 t이면 주식매도 수입은 S1이 아니라 S1×(1-t)이다. 그러면 갑의 순이익은 S1×t만큼 줄어 (x - S1×t)가 되는데, S1은 오늘 알 수 없으므로 이 순이익이 0보다 클지도 오늘 알 수 없다. 즉 이 거래는 이론과 달리 ‘위험한’ 거래여서 훨씬 더 적은 투자자만이 참여한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무한정 자금을 동원해 현물매수와 선물매도를 무한정 확대한다는 차익거래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매우 합리적이어서 애초 선물가격이 이론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벗어나도 신속히 이론가에 수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투기적 정서가 시장을 지배할 때는 선물가격은 이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2008년 말 코스피지수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속절없이 하락할 때 장중 코스피200선물가는 현물가보다 종종 낮았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