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 대통령-아베, 위안부 문제 등 심도있게 논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 다음달 2일 열림에 따라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2013년 초와 2012년 말에 각각 취임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그동안 정상회담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일본 측의 과거사 도발과 위안부 문제 등이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5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열린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남중국해,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 등 곳곳에서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 시간 30분 정도에 그칠 수도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8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다음달 1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아베 총리와 2일 오전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도 논의하느냐’는 질문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박 대통령-아베, 위안부 문제 등 심도있게 논의"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론해왔다.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의제에 포함된 것은 일본 측이 우리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이번에 완전히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일 양국은 정상회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와 피해자 보상 등에 대해 이견을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정상회담 일정 발표를 놓고 서로 ‘기싸움’을 한 데서도 일본이 이번에 획기적인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낮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관측이다.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3년6개월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임에도 양국 정상이 별도의 합의문이나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회담 시간이 약 30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고, 살얼음판을 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베 “솔직하게 의견 교환하고 싶다”

다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번에 머리를 맞대고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만큼 아베 총리가 다소 ‘진전된’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은 있다. 아베 총리가 진전된 ‘사과’ 발언을 함으로써 위안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선에서 나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아베 총리의 사죄나 사과 등 역사 인식과 관련한 언급도 관심거리다. 정상회담의 성과 여부는 아베 총리의 ‘입’에 달려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 "박 대통령-아베, 위안부 문제 등 심도있게 논의"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과 그런 과제를 포함해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래를 향해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며 “논의해야 할 과제는 많이 있으며 서로 공유 가능한 인식도 많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3국과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회합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와 함께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 이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도 민감한 현안이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 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자위대의 북한 진입시 한국의 동의 문제와 관련,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일을 중심으로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협력 문제와 북핵 문제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