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자진 신고 순서까지 담합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공정위는 리니언시를 악용, 이중 답합하는 업체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노래방 반주기 제조·판매 업체인 금영과 TJ미디어는 2011년 노래방 반주기와 신곡 가격 등을 올리는 담합을 한 사실이 밝혀져 각각 과징금 41억1700만원, 15억57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금영과 TJ미디어가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기 때문에 처음 신고한 금영은 과징금을 100% 면제받았고, 2순위인 TJ미디어는 과징금의 절반인 7억7900만원을 감면받았다.

이후 작년 10월 내부 고발자한테서 자진 신고 담합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고, 공정위는 1년 동안 재조사한 결과 두 업체가 가격 담합에 이어 자진 신고 순서까지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냈다. 2009년 4월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실시하자 두 업체는 관련 매출이 많은 금영이 과징금 100% 면제를 위해 먼저 자진 신고를 하고 2순위인 TJ미디어에 부과된 과징금은 나눠 내기로 합의했던 것. TJ미디어에 부과된 과징금 7억7900만원 중 절반은 금영이 대신 내준 것으로 공정위는 확인했다.

공정위는 이중 담합 사실을 적발한 뒤 두 회사에 감경해줬던 과징금 48억9500만원을 다시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진 신고 순서까지 담합한 경우 내부 제보 없이는 사실상 적발하기가 힘들고 적발하더라도 과징금을 재부과하는 것 말고는 추가 제재 수단이 없다”며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