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사장이 가지고 있던 집은 논현동 고급주택가에 자리잡은 연립주택(17가구)이다. 학동공원이 바로 옆이고,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역세권이다. 큰길을 건너면 요즘 상권이 급팽창하고 있는 가로수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와 50m정도 떨어져 있다.
홍 전사장은 양도소득세 등 33억1800만원을 내지 않아 2005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국세청이 세금 납부를 종용했지만 홍 전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부동산 등 재산을 공매에 부쳐 세금을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나 홍 전사장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국세청은 포기하지 않았다. 홍 전사장이 2005년 3월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통해 부인 유모씨에게 논현동 집을 넘겨준 점에 주목했다.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으로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세청은 2013년 소유권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소송을 재기했다.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법원 판결이 나오자 마자 집을 압류한 뒤 지난 7월 공매에 부쳤다. 감정(총 감정가격 68억9800만원) 등을 거쳐 지난 9월 공매를 통해 모두 팔았다. 가구별로 공매에 부쳐져 대부분 감정가격의 80% 전후에서 팔렸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체납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홍 전사장측이 대부분 집을 전세로 놔서 보증금을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낙찰대금이 세입자들에게 우선 배분되면 국세청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305호의 경우 낙찰가격은 2억650만원, 전세보증금은 1억4000만원이다. 한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지났는데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국세청과 우선 배분순위를 두고 소송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어서 고생이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낙찰자들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전용 36㎡를 낙찰받은 A씨는 “경매에 비해 입찰자수가 적은 공매로 진행돼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었다”며 “임대수요가 넘치는 곳인 데다 주차여건과 집의 상태가 좋아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서복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한때 부자였던 사람들의 집은 인테리어나 조경이 잘 되어 있어 감정가격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경매나 공매로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