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순경 70% 부족, 관리자는 두 배… 다이아몬드형 된 경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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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경찰 계급별 인원 분석
피라미드형 구조서 급변…실무자급 3만명 더 필요
경위는 법정 정원 3배 초과…"간부 돼도 업무 똑같아" 불만 커
근속승진 도입이 역효과 불러…행자부 "경찰청과 협의 후 개선"
피라미드형 구조서 급변…실무자급 3만명 더 필요
경위는 법정 정원 3배 초과…"간부 돼도 업무 똑같아" 불만 커
근속승진 도입이 역효과 불러…행자부 "경찰청과 협의 후 개선"
경찰 업무에서 실무급인 경사들이 관리자인 경위로 승진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경찰의 계급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 상명하복의 조직 특성을 반영해 피라미드형으로 설계된 경찰의 계급별 법정 정원이 중간 관리자 직급이 많은 다이아몬드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치안현장에서는 순경과 경장 등 실무자급 인력이 부족해 간부 직급으로 관리자에 해당하는 경위가 실무를 맡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노력해서 경위를 단 순경 출신이나 경위 계급으로 시작하는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원보다 6만명 많은 관리자급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월 말 공시된 경찰의 계급별 인원을 분석한 결과 관리자급으로 분류되는 경위 이상 계급은 법정 정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반면 순경 경장 등 실무자급은 38% 부족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위가 4만6174명으로 정원(1만4155명)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경감도 정원(7250명)보다 8% 많은 7868명이었다. 반면 가장 하위계급인 순경은 정원(3만1973명)의 절반도 안 되는 1만1735명에 그쳤다. 순경 다음 계급인 경장 역시 1만4398명으로 정원(2만9963명)에 비해 51% 부족했다. 이에 따라 경위부터 경찰 최고 직급인 치안총감까지 관리자급 인원은 5만7071명으로 10만9579명인 전체 경찰(전·의경 제외)의 52%에 달했다. 법정 정원인 2만4397명보다 233% 많은 것이다. 반면 순경 경장 경사 등 실무자급은 법정 기준(8만5672명)보다 38% 부족한 5만2508명에 그쳤다. 법정 정원에 따르면 실무자급보다 6만여명이 적어야 할 관리자급이 실제로는 실무자급보다 많은 것이다.
경찰의 계급별 법정 정원은 매년 경찰청이 낸 안을 기초로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원칙적으로는 가장 낮은 계급인 순경에 최대 인원을 배치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계급별 정원을 줄이는 구조로 설계한다.
경찰의 조직적 특성을 고려해 1960년대부터 오랫동안 유지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크게 바뀌고 있다. 2013년 공개된 계급별 정원에서도 경위는 4만1385명으로 당시 정원(1만526명) 대비 네 배 가까이 많았다. 순경은 현원(1만390명)이 정원(3만4848명)보다 70% 부족했다.
근속승진제 도입이 이유
원인은 2006년 도입된 근속승진 제도에 있다. 경사를 기준으로 근무기간 8년을 채우면 경위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1년에는 이 기간을 7년6개월로 줄이는 등 승진 연한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8월 강신명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계급이 많은 경찰 인력구조를 고려해 근속승진 연한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승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경찰 인력구조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계급은 순경과 경장이었는데 근속승진제 도입으로 이들이 경사부터 경위, 경감까지 올라가면서 중간 계급이 많아졌다”며 “이 때문에 법정 정원 자체가 사실상 크게 의미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근속승진에 따라 계급이 바뀐 경우에는 법정 정원과 관계없이 별도정원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간부 직급이 크게 늘면서 계급이 올라도 실제 업무는 전과 다르지 않은 사례가 늘고 있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력해서 경위 계급을 달았지만 실제 업무는 이전과 차이가 없어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에 따른 불만족이 전반적인 사기 저하로 이어지면 치안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위로 입직하는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경위가 크게 늘면서 경찰대를 졸업해 파출소장이 되는 것도 옛날이야기가 됐다”며 “경찰대를 졸업하고도 한동안 간부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행정자치부도 이 같은 불일치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계급별 법정 정원과 실제 인원의 불일치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법정 정원 조정 등을 놓고 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도출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정원보다 6만명 많은 관리자급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월 말 공시된 경찰의 계급별 인원을 분석한 결과 관리자급으로 분류되는 경위 이상 계급은 법정 정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반면 순경 경장 등 실무자급은 38% 부족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위가 4만6174명으로 정원(1만4155명)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경감도 정원(7250명)보다 8% 많은 7868명이었다. 반면 가장 하위계급인 순경은 정원(3만1973명)의 절반도 안 되는 1만1735명에 그쳤다. 순경 다음 계급인 경장 역시 1만4398명으로 정원(2만9963명)에 비해 51% 부족했다. 이에 따라 경위부터 경찰 최고 직급인 치안총감까지 관리자급 인원은 5만7071명으로 10만9579명인 전체 경찰(전·의경 제외)의 52%에 달했다. 법정 정원인 2만4397명보다 233% 많은 것이다. 반면 순경 경장 경사 등 실무자급은 법정 기준(8만5672명)보다 38% 부족한 5만2508명에 그쳤다. 법정 정원에 따르면 실무자급보다 6만여명이 적어야 할 관리자급이 실제로는 실무자급보다 많은 것이다.
경찰의 계급별 법정 정원은 매년 경찰청이 낸 안을 기초로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원칙적으로는 가장 낮은 계급인 순경에 최대 인원을 배치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계급별 정원을 줄이는 구조로 설계한다.
경찰의 조직적 특성을 고려해 1960년대부터 오랫동안 유지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크게 바뀌고 있다. 2013년 공개된 계급별 정원에서도 경위는 4만1385명으로 당시 정원(1만526명) 대비 네 배 가까이 많았다. 순경은 현원(1만390명)이 정원(3만4848명)보다 70% 부족했다.
근속승진제 도입이 이유
원인은 2006년 도입된 근속승진 제도에 있다. 경사를 기준으로 근무기간 8년을 채우면 경위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1년에는 이 기간을 7년6개월로 줄이는 등 승진 연한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8월 강신명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계급이 많은 경찰 인력구조를 고려해 근속승진 연한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승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경찰 인력구조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계급은 순경과 경장이었는데 근속승진제 도입으로 이들이 경사부터 경위, 경감까지 올라가면서 중간 계급이 많아졌다”며 “이 때문에 법정 정원 자체가 사실상 크게 의미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근속승진에 따라 계급이 바뀐 경우에는 법정 정원과 관계없이 별도정원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간부 직급이 크게 늘면서 계급이 올라도 실제 업무는 전과 다르지 않은 사례가 늘고 있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력해서 경위 계급을 달았지만 실제 업무는 이전과 차이가 없어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에 따른 불만족이 전반적인 사기 저하로 이어지면 치안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위로 입직하는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경위가 크게 늘면서 경찰대를 졸업해 파출소장이 되는 것도 옛날이야기가 됐다”며 “경찰대를 졸업하고도 한동안 간부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행정자치부도 이 같은 불일치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계급별 법정 정원과 실제 인원의 불일치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법정 정원 조정 등을 놓고 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도출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