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경찰서의 김야곱 부청문감사관은 이달 초 한 재소자에게 편지를 받았다. “아이들이 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와주시고 보살펴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인 조모씨(43)였다.

사연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술에 취한 남편이 흉기를 들이밀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자 조씨는 부엌에 있던 절굿공이로 남편의 손을 쳐 칼을 떨어뜨리게 했다. 그는 의식을 잃은 남편의 머리를 때리고 목 졸라 숨지게 해 지난 20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구속되면서 남겨진 3남매는 고아 신세가 됐다. 김 부청문감사관은 여주경찰서 경찰관들과 함께 이들에게 임시숙소를 마련해 주고 범죄피해지원센터와 연계해 긴급생계비와 아버지 장례비 등을 지원했다. 여주경찰서 도움으로 자녀들은 심리 치료와 상담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첫째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미성년 자녀 두 명은 현재 어머니의 출소를 기다리며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씨는 교도소로 면회 온 아이들이 큰 불편 없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김 부청문감사관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김 부청문감사관은 “예상치 못한 감사편지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