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한국 도자기 아름다움 전파한 이윤신 이도 대표
일본 유학 중 도자기 일반화에 충격
'삶 속에서 함께 하는 도예가' 변신
모든 식탁에 도자기 놓였으면
38년째 도예가의 길을 걸으며 생활 도자기 문화를 전파해온 이윤신 이도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가회동 이도아르쎄에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멋진 그릇은 배달음식인 짜장면과 치킨 등 어떤 음식이든 진수성찬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며 “도자기 그릇은 통념과는 달리 보관도 쉽고, 가벼우며 오래 쓴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공예과와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후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원에 유학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의 꿈은 자신만의 개성 가득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4년 동안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그의 목표는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로 바뀌었다. “일본에선 아무리 조그만 식당에서든, 어느 가정집에서든 도자기 그릇을 씁니다. 그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의 아름다운 도자기가 정작 한국의 밥상에선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 밀려 외면받는 현실이 떠올랐거든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자신의 성인 ‘이(李)’와 도자기의 앞글자 ‘도(陶)’를 각각 따서 ‘이도’를 창업했다. 25년 전 1인 기업이던 이도는 이제 직원 160명의 중견 도예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도의 모든 그릇은 손으로 직접 만든다. 이 대표가 디자인을 맡고, 시제품과 본제품 제작을 전담하는 직원 50명이 있다. 여러 제품군 중에서도 유약을 바른 부분과 바르지 않은 부분의 색과 질감 차이를 응용한 청자 라인인 ‘청연’, 독특한 디자인과 질박한 흰 빛을 지닌 백자 라인 ‘온유’가 베스트셀러다. 특히 유명 음식평론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점인 ‘별 셋’을 받은 세계적 셰프 장 조지가 이도의 그릇을 사용하고, 지난달 말엔 파리에서 이 대표가 개인전을 열어 더욱 잘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진정 이루고 싶은 목표는 모든 식탁에 도자기가 놓이는 날이 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공예 도자기 그릇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릇이고, 그걸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식탁 문화를 바꾸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음식엔 정성이 들어가죠. 손으로 빚어낸 그릇에도 정성이 들어갑니다. 그런 그릇과 거기에 담긴 음식을 과연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요? 전 생활 도자기가 아이들의 밥상머리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어요. 그릇과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곧 사람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사고방식과 연결되니까요.”
이 대표는 그릇을 디자인할 때마다 그 그릇에 올릴 음식을 먼저 생각한다. 그는 “그릇은 음식이 담겨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며 “그릇과 음식이 각각 절반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릇이 너무 화려하면 음식이 죽어버립니다. 그릇은 음식을 돋보이게 해야 합니다. 그런 그릇의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 전할 겁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