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주식 비중 66%로 늘려야"
500조원으로 불어난 국민연금기금의 자산 배분 방식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나치게 국내 시장에 집중된 투자처를 해외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자산 배분 방식을 바꾸면 주식, 채권 등 자산군별 투자 비중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어 국내 금융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종욱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자산 배분과 전술적 운용 국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국민연금이 전략적 자산 배분에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널리 사용하는 ‘블랙-리터만 모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원 위원장은 “현 국민연금 기금은 5년에 한 번씩 목표수익률과 위험 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군별 비중을 정하고 있다”며 “몇 년까지 위험자산 비중을 몇%까지 늘리겠다 등의 목표와 지향점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며 블랙-리터만 모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 전략적 자산배분 국제 세미나에서 고봉찬 서울대 교수(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국민연금 전략적 자산배분 국제 세미나에서 고봉찬 서울대 교수(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블랙-리터만 모형이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투자 가능 자산을 모두 담은 ‘시장 포트폴리오’를 도출하는 글로벌 자산 배분 모형이다. 여기에 투자자의 주관적 견해를 반영해 기대수익률과 자산 배분을 도출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시장 상황과 자산부채관리(ALM) 등을 고려해 위험자산 비중을 정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정해진 비중 내에서 어떤 상품이나 지역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각각 19.5%와 54.1%에 달하는 국내 주식과 채권 비중은 2.35%, 2.16%로 낮춰야 한다. 선진국 주식과 채권 비중은 12.8%와 4.2%에서 66.15%와 22.70%로 각각 높아진다.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2% 수준에 불과한 한국 증시에 국민연금 주식투자 자금의 60%를 쏟아붓고 있는 소위 ‘연못 속 고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500조원에 달하는 기금 중 상당수가 해외로 급격하게 빠져나가면 주식·채권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험로가 예상되지만 투자 다변화를 위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