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인수 주도한 변양균 옵티스 회장 "국내 설계·해외 생산…팬택, 동남아 거점 재창업"
‘제조업 벤처 신화’ 팬택이 새 주인을 맞았다. 세 차례 매각 실패 끝에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팔렸다. 청산 위기는 넘겼지만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변양균 옵티스 회장은 ‘초연결사회에 맞는 기업’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초연결사회란 소셜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으로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간 연결이 보다 더 긴밀해진 사회를 의미한다. 물밑에서 팬택 인수를 이끌어온 변 회장은 “제조와 기술보다 서비스와 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는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공유시대…창의성으로 승부

초연결시대엔 제조와 기술의 부가가치가 낮아질 것으로 변 회장은 전망했다. 예컨대 3차원(D) 프린터가 보편화하면 스마트폰도 취향에 따라 개인이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산업시대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던 디자인 유통 등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 회장은 “팬택을 인수할 때 공장 등은 제외하고 연구개발(R&D) 인력, 특허는 포함했다”며 “무엇을 샀는지만 봐도 앞으로 어떤 사업을 시도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을 거점으로 재창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설계하고 현지에서 제조·판매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이미 합작사 설립을 위해 현지업체와 조건 등을 협의 중이다. 변 회장은 “동남아 몇몇 국가에 이런 사업 계획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휴대폰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을 100% 현지에서 제조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술유출 우려가 있었다”며 “옛날(산업시대) 사고방식을 버려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편화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혼자 움켜잡고 있어봤자 소용없다”고 말했다.

팬택이 동남아를 전략 기지로 삼은 것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국 스마트폰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판매량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력자 창업 지원이 바람직

변 회장은 “한국 경제 발전사에서 팬택, 휴맥스 등은 삼성, 현대에 버금가는 상징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현대 등이 1970~1980년대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기업이라면 2000~2010년대 정보사회를 상징하는 기업이 팬택, 휴맥스란 설명이다. 이어 “미국은 제조업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서 정보사회를 상징하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는데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며 “시대가 바뀌면 시대를 대표하는 총아(기업)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팬택 인수를 주도한 정준 쏠리드 사장과 같은 경력자 창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청년 창업보다 경력자 창업을 독려해야 한다”며 “경력자 창업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기업 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 창업과 실업 해소를 같은 문제로 보고 청년 창업을 과대포장하고 있는데 큰 오산”이라며 “직장이 없으니 창업하라는 조언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전설리/이호기 기자 sljun@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