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쇼크’ 이후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탄탄한 분위기다.

에쓰오일은 3000억원어치 회사채(만기 5·7·10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경쟁입찰)에서 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그중 5년 만기 채권은 계획한 발행량(1500억원)의 세 배가 넘는 4600억원의 ‘사자’ 주문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저유가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AA+’인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데도 투자자들은 앞다퉈 에쓰오일 회사채를 쓸어담았다.

에쓰오일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전체 채권 발행액을 애초 계획보다 1000억원 많은 4000억원으로 늘려 발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만기 5년 이상 장기 회사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더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AA+’인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27일 진행한 2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6100억원이 몰렸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현대백화점은 에프앤자산평가 등 채권 평가사들이 산정한 회사채금리보다 0.03%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AA-’인 롯데하이마트도 지난달 21일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200억원을 끌어모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을 깨고 무리 없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속에 국채 대비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커진 덕분에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AA급보다 낮은 대다수 기업은 회사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