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택수 씨 "문묘제례악, 현대음악으로 재해석"
공자 등 성현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쓰인 문묘제례악은 전해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동양의 전통음악이다. 중국 고대 음악에 기원을 두어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이 곡이 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2015 리컴포즈’에서 새롭게 재해석된다. 작곡가 김택수 씨(35·사진)가 쓴 ‘아카데믹 리추얼(Academic Ritual)-오르고 또 오르면’이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씨는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다면 가장 오래된 동양 음악으로 꼽히는 문묘제례악을 가지고 작업해보고 싶었다”며 “곡의 구성이 단순해 다양한 변주를 펼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처음 배웠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국악과 서양음악은 작곡 접근 방식이 다르거든요. 서양음악을 쓸 때는 음정과 규칙부터 접근하도록 배웠지만 국악 작곡은 선과 흐름을 중시하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에 작곡한 곡은 현대음악이지만 소재가 된 전통음악의 원형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가 지난 달 오스트리아 린츠 국제 페스티벌에서 발표한 비올라 협주곡 ‘코오(Ko-Oh)’로 호평받았다. 풍물놀이 장단과 한국 자장가 선율을 변주한 곡이다.

“이번 작업은 코오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자장가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문묘제례악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가장 먼저 문묘제례악의 선율을 쉽게 소개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변주와 재해석은 그 다음에 나오는거죠”

김씨는 원래 화학자가 되고자 했던 ‘과학 영재’였다. 서울 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에서 공부했고 1998년에는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은메달을 땄다. 그래서인지 김씨의 악보는 마치 과학 공책처럼 보인다. 도형과 기호로 곡의 규칙을 적어놓은 메모가 빼곡하다. 그는 “음악을 작곡할 때에도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며 “이번에는 전통을 살린 새로운 곡을 작곡하기 위해 문묘제례악의 음 전개법과 패턴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문묘제례악에는 음이 길게 지속되다가 살짝 끝 음이 올라가는 ‘추성’이 자주 나옵니다. 제례에서 향을 피워올릴 때 연기가 살짝 올라가며 흩어지는 느낌을 주죠. 학자들에게 바치는 음악이다보니 학문에 정진해 하늘로 오르고자 하는 열망이 반영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점을 살려서 음과 속도,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올라가는 구성의 곡을 짰습니다. ‘오르고 또 오르면’도 그런 의미에서 단 부제입니다. 점점 고조되는 전개를 따라 자유롭게 상상하며 시간여행을 하듯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그는 “지난해 외국인 작곡가 5명이 국악곡을 발표한 2014리컴포즈 공연을 보고 국악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번 협업은 작곡자로서 자신에게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전통 국악을 공부하면서 마치 금광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곡가로서 시야를 넓히게 된 거죠. 언제나 전통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나서 역사가 이어지잖아요. 앞으로 계속될 국악과 서양음악과의 협업이 기대됩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