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일 오후 4시

합병을 추진한 상장기업들이 최근 10년 동안 3조원가량을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가량의 기업은 주식매수청구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으면 합병을 무산시키는 조건을 내거는 등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기업 합병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합병 결정을 공시한 332건(소규모 합병 제외)에서 합병 반대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데 쓰인 금액은 총 3조68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평균 3000억원의 돈이 합병 과정에서 주식 매수에 사용된 것이다. 합병 추진 사례 가운데 44%인 146건은 주식매수청구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으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146건 중 5.5%인 8건은 실제 주식매수청구가 회사가 정한 기준을 웃돌아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다. 작년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무산됐다.

기업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가 주요 걸림돌로 부각되자 국회는 입법을 추진 중인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에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재계는 그러나 상장사에 대해서는 아예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독일 등 대부분 유럽 국가는 상장 주식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