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천수답에 비유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하는 논처럼 우리 외환시장이 날씨, 즉 국제 금융시장 정세에 따라 좌우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추가로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하자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다음 날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지급준비율을 인하하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방향을 바꿨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이 내놓은 한 줄의 문구는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면서 서울 외환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시장 예상과 달리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자 원화가치는 고꾸라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원 넘게 상승했다.

일주일새 변동폭이 20원이 넘는다. 이같은 변동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을 줄 만한 경제지표들이 나올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세를 연출했다. 지표가 좋게 나온 날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환율이 상승했고, 시장 예상보다 못 미치는 결과에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고꾸라졌다.

미국에서 월마다 나오는 지표는 한 두개가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주시하는 고용지표를 비롯해 소비지표, 주택지표, 투자지표, 생산지표 십여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경제상황도 외환시장을 흔든다. 일본과 유로존에서 날아온 소식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되면서 외환시장은 장기적으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출렁이고 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는 경제에 큰 부담이다. 기업들은 미래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리게 된다. 환차손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여지도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예상보다 환율이 10% 추가 하락할 경우 기업들의 수출액은 4.4%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체계적으로 환 위험 관리를 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피해는 더 크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 담당자는 기업들의 환 위험 관리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외환 딜러들의 경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방향성에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때문에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위원도 "환율의 움직임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있지만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었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지적에 당국의 대답은 한결같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개방경제인 나라보다 유독 우리나라의 환율 출렁임이 심하다. 최근 한 달만 보더라도 원화 가치는 주요 20개국, G20 통화 가운데 4번째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수준 둥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경제 연구원은 당국의 정책적인 대응을 지적한다. 글로벌 각국이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남았는데 한국은행이 최근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췄다는 것이다. 또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외환당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적하자 당국에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시도하는 미세조정에도 손을 놓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상시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된 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견고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요할 경우 외환당국은 적절한 미세조정에 나서 시장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국제 금융외교도 따라줘야 한다. 원화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화를 국제 시장에서 결제 통화로 사용하다 보면 외자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그만큼 외환시장 관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등 대외 리스크에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내 경제를 견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이주비기자 lhs71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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