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 최대주주 복귀 후 첫 예상 성적표…증권가 '흐림' 전망
3년 만에 다시 최대주주로 복귀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가 오는 4일 올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다.

증권가에선 대표작 리니지의 매출이 견고하지만 여전히 신작 기여도가 높지 않다며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한 달 전보다 최근 16%나 낮추는 등 분위기는 좋지 않다.

3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놓은 국내 증권사 19곳이 제시한 컨센서스는 597억3600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840억원을 전망했고 유안타증권은 364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눈높이는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초 기준(증권사 18곳) 엔씨소프트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97억7200만원이었다. 한 달 만에 16.80% 가량 줄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730억원에서 520억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은 711억원에서 555억원으로 각각 낮췄다. SK증권은 829억원에서 606억원으로 예상치를 대폭 내렸다.

김학준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는 리니지, 아이온 등 주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유료 이벤트가 없었다"며 "또 예상됐던 모바일 게임 출시 시점들이 연기됐고 지난 2분기 소폭 성과를 냈던 모바일 게임들의 매출도 감소했다"며 눈높이 하향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6일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였던 넥슨이 지분 전량(15.08%)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부를 사들여 3년 만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올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에 성공하며 넥슨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넥슨과의 3년 간의 협업 과정에서 불협화음만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였던 김정주 넥슨 대표와 2012년 미국 게임사인 일렉트로니아츠(EA) 경영권 인수를 위해 뭉쳤던 김택진 대표는 EA 인수가 무산되면서 넥슨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PC온라인 게임인 '마비노기2'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 때문에 개발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는 게 당시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가 캐시카우(현금창출능력)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경영 능력에 대한 논란이 있어도 그때마다 무사히 넘긴 측면이 크다"며 "넥슨과 협업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갈라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의 실적은 여전히 온라인 게임 대표작 리니지에 의존하는 구조다. 리니지 이용자들이 소비 여력이 크고 게임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리니지는 현재도 50대가 전체 이용자의 22%에 이르는 등 구매력이 큰 30대 이상 게이머가 이용객의 74%를 차지하고 있다"며 "출시한 지 20년에 가까운 게임이지만 올 3분기 추정 매출액 2040억원 중 43.1%가 리니지1·2에서 나왔을 정도로 실적 기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올 연말까지의 과제는 모바일 게임의 성공적인 안착과 글로벌 신작 론칭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4일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길드워2 확장팩을 출시했는데 판매량은 평범한 수준"이라며 "길드워2가 올 하반기 최대 주가 모멘텀임을 감안하면 판매동향은 시장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반응도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김 대표가 다시 최대주주로 복귀한 지난달 16일 이후 전날까지(종가기준) 주가는 오히려 3.56% 하락했다. 넥슨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오버행(대량매물출회) 이슈가 해소됐지만 여전히 리니지 외 신작에 대한 우려가 더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