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왜 조영남인가
한국경제신문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고민했다. “내용은 정해진 게 없고, 뭐 신변잡기류면 된다”는 얘길 들었다. “왜 나 같은 가수 나부랭이, 철이 한참 지난 연예인한테 이런 고정 코너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까.” 이것부터 궁금했다.

문득 15년 전, 친구 김한길이 문화관광부 장관에 오른 기념으로 웬 일간지로부터 축하 원고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이 떠올랐다. 거기에 첫 문장부터 “아! 이 나라엔 과연 인물이 없구나”란 반어법적 내용을 실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필자가 한국경제신문으로부터 원고를 써 달라고 요청받은 것 또한 “이 나라에 글 깨나 쓰는 인물이 많지 않다”는 ‘엄숙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본뜻은 “이 나라엔 ‘쓸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는 사람들 중 ‘쓸 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도 된다.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문 고정 칼럼니스트도 별로 없다. 김한길이 장관직을 수행하던 시절을 예의주시하면서 과연 이 나라에 장관 노릇을 잘해낼 인물이 있는지 없는지 둘러봤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했던 “이 나라엔 쓸 만한 인물이 없구나”란 푸념 비슷한 말은 한 획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들어맞는 소리였다. 필자에겐 김한길 이후 누가 문화 분야 장관을 했는지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내 기억력이 워낙 노쇠했거나, 정치 쪽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그리 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장관 이름이 나올 때마다 항상 입에서 맴도는 말소리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이 나라엔 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 말이다.

자, 그럼 이번에 한경에세이를 맡은 조영남은 과연 인물다운 인물이냐. 천만에 말씀이다. 김한길 이후에 등장했던 장관들의 인물 면면도 웬만큼은 들여다봤다. 본인들에게 큰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그저 고만고만 했던 걸로 기억된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드골 정권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앙드레 말로와 같은 멋진 장관은 생각 안 난다. 그러니 필자 역시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 재기 식의 에세이만 써 내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부담이 덜 되는 듯싶다.

여러분, 한국경제신문은 진짜 괜찮은 신문입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조영남을 에세이 필진으로 선정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조영남 <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