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일본경제 포럼 1기, 일본 현장 탐방을 다녀와서
흥청대는 일본 소비시장, 2016년 아베노믹스 성공할까


“도쿄에서 오사카, 고베로 출장오는 회사원들이 호텔을 잡지 못해 아주 애를 먹고 있어요. 갑자기 출장 일정이 잡히면 시내 호텔이 동이 나서 캡슐호텔이나 24시간 온천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11월 초 오사카 시내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한 지인 미야모토 지로 씨(52세)는 “올 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내국인(일본인)들도 주요 도시의 호텔 예약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3년이 지나면서 일본사회 곳곳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한국경제신문의 디지털 미디어인 한경닷컴이 진행한 ‘한경 일본경제포럼 1기’ 회원들과 함께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일본경제 현장을 둘러봤다.

30일 오전 10시쯤 내린 간사이국제공항의 입국장은 북새통이었다. 20여년 전부터 매년 두세 차례 일본을 방문했지만 올해처럼 간사이공항에 사람들이 많은 광경은 처음이다. 시간대 별로 차이가 나지만, 도쿄나 오사카 국제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밟으려면 보통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관광지로 인기 있는 오사카, 고베에서 호텔 구하기는 정말 어렵다. 한달 전부터 예약을 서둘렀으나 11명의 방을 한 호텔에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탐방단의 일정이 고베시에 몰려 있어 고베시내 호텔을 찾았으나 예약을 못했다. 결국 오사카의 호텔을 잡았다. 흡연실을 원하는 회원은 1명이었지만, 방이 없어 흡연실 두 칸을 배정받아야 했다.
[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외국인 관광객으로 흥청대는 일본경제, 아베노믹스 성공할까
< 오사카 시내 요도바시 매장의 발뮤다와 다이슨의 신제품 공기 청정기 >

올해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는 사상 최대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고, 방사능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일 한국인 수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일본정부관광국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0만1700명으로 전년 동기(21만7689명) 대비 38.6% 증가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여행한 우리나라 국민은 285만5800명으로 전년 동기(199만5804명)보다 43.1% 늘어났다.

올 들어 9월까지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1448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8% 증가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엔 621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1036만 명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9개월 만에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방일객 수를 넘어섰다.

일본에 외국인이 넘쳐나는 것은 엔저(엔화 약세)로 여행 부담이 줄어든 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유치 정책이 맞물린 덕분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동남아 등에서 관광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다. 올 5월부터 관광지에 임시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가전이나 의류 등에 한정된 면세대상 제품도 지난해 10월부터 화장품 식료품 등 소모품까지 확대했다.

경기 회복세를 타고 주가가 오르고,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로 일본인들도 씀씀이를 늘렸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고급 백화점은 물론 요도바시, 빅카메라 등 가전매장은 연일 북새통이다. 지난 주말 찾은 오사카 시내 한큐백화점, 요도바시 매장은 이른 오전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시행 3년이 지나면서 일본 소비시장은 살아나고 있다. 최상철 일본 유통과학대 교수는 “엔화 약세 정책에 힘입어 일본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유인 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 아베 총리는 디플레(물가 하락) 탈출과 경제성장을 통한 ‘강한 일본 부활’을 내세우고 있다. 연 평균 2%의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올해엔 1%도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성장률도 올해 1%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재정건전화를 위해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당초 계획인 소비세율 10% 인상은 2015년 10월에서 2017년 4월로 늦췄다. 아베노믹스가 계획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향후 1년6개월을 지켜봐야 한다. 일본경제가 2016년에도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를 무기로 회복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