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문화융성카드, 책이 있는 삶을 연다
마음의 속도를 잴 수 있는 장치가 발명된다면 어떤 측정치가 나올지 궁금하다. 사람마다 속도는 제각각일 테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빠를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끊임없이 고객을 자극하고 놀라게 하는 기업 간 경쟁 활동과 시장의 변화가 날로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고객 마음의 속도를 따라잡았다는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마음의 빠르기는 기업의 마케팅과 상품 개발보다 늘 반 걸음 앞서기 마련이다. 고객의 마음은 재촉만으론 잡을 수 없지만, 그 흐름의 길목에서 기다린다면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무수한 인파로 물결치는 어느 거리를 그려보자. 각자 바삐 이동하는 객(客)들도 마음을 잡아끄는 좌판을 지나칠 때는 누구나 가던 발걸음을 늦추고 돌아보는 고(顧)가 일어난다. 기업들이 그토록 바라는 고객(顧客) 마음의 속도를 잡는 순간이다. 바로 이 기적을 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가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다.

메세나(mecenat)는 문화 예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뜻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모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은 알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더라도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귀를 기울일 만한지 아니면 그냥 흘려 지나쳐도 되는지. 큰 비용을 들여서 꾸미고 목소리를 높여 홍보해도 고객이 마음의 속도를 늦추려는 결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소란스러움에 질려 귀를 막거나 서둘러 지나치기도 한다. 기업들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무수한 메세나 활동 중에서 여론의 조명을 받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콘텐츠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자명해진다.

이런 이유로 메세나 활동을 추진할 때 일관성과 진정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수차례 자문하곤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정체성과 지향점에 메세나 활동이 살아 뛰고 있어야 한다. 최근 비씨카드에 메세나 활동의 본질인 ‘진정성’의 농도를 더 짙게 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융성카드’ 사업에 참여하면서다. 이 사업은 ‘문화융성’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지역 서점을 활성화하고, 책이 있는 삶을 지원하고자 전국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출시하는 프로젝트다.

필자는 학창 시절, 책 한 권을 사면 서가에 꽂은 채로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흐뭇해했고, 닳고 닳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정보화로 서적의 위상을 대체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가 생겨나면서 책 한 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때마침 정부가 ‘책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추진하는 ‘문화융성카드’ 사업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척 설렌다.

꼭 비씨카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만은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책이라는 정직한 콘텐츠가 ‘문화융성카드’를 통해 더 많이, 더 자주 읽혀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모쪼록 동네 서점에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꿈 같은 현실이 문화융성카드란 매개체를 통해 앞당겨지기 바란다.

채종진 < 비씨카드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