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 버리고 디지털형 인재 키운다
'성과개발' 인사 시스템
앱으로 상사와 대화 통해 목표 설정하고 공유
개인 역량개발 지속 지원
연말까지 축적된 자료로 보상·승진·교육 등 검토
혁신 아이디어 있으면 수시로 경영진에 건의도
GE가 도입한 새로운 제도는 관리자와 직원이 언제든 의견을 주고받는 ‘성과개발’ 방식의 인사 시스템이다. 관리자와 직원은 사내 전용 앱(PD@GE)으로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단문, 첨부 파일, 손 글씨 파일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편리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성과개발 인사 시스템은 관리자와 직원 간 잦은 대화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하면서 개인의 역량 개발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앱을 통해 축적된 직원의 자료는 연말에 요약되며, 관리자들은 이 자료에 근거해 보상, 승진, 교육훈련 등을 검토한다. 기존에 시행하던 1년에 한 번 평가하는 제도보다 다양한 자료를 관리자, 동료 직원, 혹은 협업하는 다른 부서 직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다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GE는 더불어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수시로 경영진에 건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GE는 올해 들어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직접 사업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지원제도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내년 말까지 회사에서 재정 지원을 받으며 신규 사업을 시도할 수 있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인사평가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GE는 새로운 인사 평가 방식이 직원들의 직무 유연성과 민첩성을 높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관리자와 직원의 지속적 소통으로 목표를 공유하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는 사업의 우선순위와 목표 역시 수시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연초에 한 번 정한 목표를 1년 동안 가져가야 한다면 오늘날 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서다. 더불어 지속적인 대화는 관리자와 직원의 신뢰를 높인다. 조직원 사이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이는 더 유연한 업무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GE 오일앤가스 사업부문은 지난 1년간 생산성이 다섯 배 늘었다. 엔지니어링, 구매, 제조 등 모든 팀이 더욱 쉽게 협력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링 팀은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성능이 개선된 쿨링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비용절감 효과는 50%에 달했다.
GE는 2013년 ‘패스트웍스(fastworks)’ 기법을 도입했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신생 기업과 같은 민첩성을 갖춤으로써 시장과 소비자에게 신속히 대응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업무 방식이다.
패스트웍스의 핵심은 절차 간소화와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에 있다. 제품 개발 진행 과정에서 지속해서 소비자의 의견을 받고 이를 모든 제품 개발 과정에 지속 반영해 소비자 만족도와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직원 누구든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3명의 소그룹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로젝트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 과정으로 진행하면서 팀의 규모를 키운다. 인원은 7명 안팎으로 스타트업 수준이다.
GE의 패스트웍스와 새로운 인사 제도는 21세기 산업 환경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GE의 기업 혁신 노력이다. 패스트웍스가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적 안내 장치라면, 새로운 인사 시스템은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해 나가게 하는 소프트웨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