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서 상계키로…전국 첫 사례 파장 예상
교육청 "도 전출금과 누리과정 예산 성격 달라…전출금 반드시 지원돼야"


내년도 만 3∼5세 어린이집 보육료인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전국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가운데 경남도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나섰다.

대신 도는 교육청에 주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에서 누리과정 예산만큼을 상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교육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도의 이런 방침은 전국 첫 사례인데다 시·도교육청이 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광역지자체가 우회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어서 다른 지자체와 교육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윤한홍 도 행정부지사는 5일 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경남도교육청도 이러한 방침을 밝히면서 보육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방재정법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정하고 있고, 누리과정 보육료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교육청에 지원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시·도교육감들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해 보육현장 혼란을 초래하고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윤 부지사는 "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도에서 소요예산 전액을 편성해 보육료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그 금액만큼 도에서 교육청에 매년 지원하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에서 상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주는 전출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빼고 준다는 것이다.

윤 부지사는 "누리과정 예산과 교육청 전출금 모두 법정전출금으로 상계가 가능하다"며 "보육대란 발생 우려를 막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줄이려는 이번 조치는 전국에서 처음이다"고 말했다.

도가 이처럼 교육청 전출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뺀 나머지 금액만 교육청에 주게 되면 교육청은 예산 운용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도는 내년에 누리과정 예산으로 1천444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도는 교육청에 지방교육세 4천509억원과 도비 812억원 등 모두 5천321억원을 전출했다.

도가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한 금액을 상계하고 교육청 전출금을 준다면 결국 교육청은 1천444억원의 예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둔 도교육청은 "도 전출금은 누리과정 예산과 연계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교육청에 전입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도 전출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공립학교의 설치·운영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써야 할 재원"이라며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대통령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예산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도 전출금이 전입되지 않으면 일선 학교 교육활동 및 여건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며 "도교육청은 자체 예산과 도 전출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합쳐 총 예산을 편성하는데, 도가 전출금을 누리과정 예산과 연계해 상계처리하는 것은 교육감에게 있는 교육청 예산 편성권을 저해하는 의미도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아교육법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교부금 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할 정도로 충분치 않기 때문에 누리과정 편성이 어렵다"며 "누리과정 보육료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지원되고 있는데도 예산 편성을 거부한다는 도의 비판은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도로부터 받는 전출금이 깎인다면 전반적으로 도교육청 예산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집 보육료 편성 관련 문제는 국가 예산 지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의 상향 조정 등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앞서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국가 정책인 무상교육·보육 비용을 지방재정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와 뜻을 같이해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김선경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