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직원도 금리인상 놓고 '내기'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하원에서 열린 미 중앙은행(Fed) 청문회의 주제는 ‘Fed의 금융시스템 관리감독 권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관심은 온통 재닛 옐런 Fed 의장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에 쏠렸다.

옐런 의장은 이날 3시간여에 걸친 청문회 말미에 ‘짧게’ 금리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아직 금리 조정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며 “다음 회의 전까지 물가와 고용상황이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로 개선된다면 12월 인상 가능성은 살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12월 인상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장 분위기는 그리 진지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확실한 답을 원했지만 옐런 의장은 노련하게 피해갔다. 마이클 카푸아노 민주당 의원(매사추세츠)은 “답변을 피해가는 그 방식이 맘에 든다”며 옐런을 비꼬았다. 같은 당 브래드 셔먼 의원(캘리포니아)은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신의 뜻은 봄에 만물을 소생(spring·뛰어오름)시키는 것이니 만약 의장이 전지전능한 신의 뜻을 따르고자 한다면 봄까지 (금리인상 시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박장대소했다.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 문제는 심각한 주제가 아니라 ‘당신도 우리도 모르니 웃고 지나가자’는 식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의회에서뿐만이 아니다. 금리 인상 시기를 예측하는 데 질린 금융회사와 관계 부처, 언론사에선 12월 금리 인상을 놓고 ‘내기’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심지어 Fed 직원들도 내기를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12월 인상을 예상하는 쪽은 Fed가 해온 말이 있으니 연내 한 번은 올릴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반대쪽에서는 12월이 기업결산 시기고, 내년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인데 지표가 애매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다.

CNBC는 “12월에 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밀려 올렸다는 평가를, 안 올리면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옐런의 리더십과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