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끼' 살린 교수들 "연주 뒤풀이가 더 즐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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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좋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ET(Erica Teacher's) 밴드'
2013년 9월 결성 '섭외 1순위'
부총장에 학장 2명 등 '호화 멤버'
연구년으로 빠진 교수 자리에 충원 않고 객원 초빙 '의리 밴드'
내년 초에는 단독 공연도 계획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ET(Erica Teacher's) 밴드'
2013년 9월 결성 '섭외 1순위'
부총장에 학장 2명 등 '호화 멤버'
연구년으로 빠진 교수 자리에 충원 않고 객원 초빙 '의리 밴드'
내년 초에는 단독 공연도 계획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실용음악관. 나이 지긋한 교수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았다. 한양대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의 모임인 ‘재직교수 동문회’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공연을 진행한 ‘ET(Erica Teacher’s) 밴드’ 멤버는 모두 한양대 교수다. 2013년 9월 결성된 이 밴드는 교내 각종 행사에 ‘섭외 1순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날 첫 곡인 ‘내사랑 내곁에’를 부른 최명렬 전자공학부 교수(보컬)는 “평소에는 한 달에 한 번, 공연이 가까워지면 1주일에 한 번 정도 합주를 한다”며 “공연 요청이 자주 들어오지만 본업이 바빠 거절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밴드는 또 다른 보컬리스트인 김정룡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교내에 왕년에 음악으로 한가락 했던 교수들이 많다는 것을 안 김 교수가 이재성 부총장(드럼) 등과 협의해 멤버를 찾아나섰다. 결국 이 부총장과 문영식 컴퓨터공학과 교수(보컬·공학대), 강용한 응용화학과 교수(색소폰·과학기술대) 등 학장 두 명이 가세한 호화 밴드가 탄생했다. 이병관 광고홍보학과 교수(기타)와 이현우 광고홍보학과 교수(색소폰) 등도 합류해 밴드 멤버는 9명이다.
이들은 주로 ‘교수 연수회’ 등 교수가 참여하는 행사에서 공연하지만 올해 대학 봄축제에서는 학생들 앞에서 공연했다는 게 ET밴드의 설명이다. 주로 7080 올드송을 연주하지만 가수 조용필의 ‘바운스’같이 비교적 젊은 세대도 알 만한 곡도 연주 리스트에 넣는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뒤풀이를 하며 교수들 간에 친목도 나눈다. 건반을 치는 김상진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는 “같은 대학에서도 교수 간에 서로 마주치기 쉽지 않은데 함께 연주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공연 후에도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아마추어 밴드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자부심도 강하다. 김정룡 교수는 “고 3 수험생 시절 담임교사가 성악과를 가라고 추천했을 정도로 클래식, 팝을 가리지 않고 노래를 좋아했다”며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출전하기도 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을 불렀다. 이 부총장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밴드부를 하며 드럼뿐만 아니라 기타, 플루트에도 능한 ‘만능 뮤지션’이다. 김상진 교수는 “나 역시 학창시절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 했다”며 “특히 에리카 캠퍼스에는 실용음악과가 있어 이곳 교수들이 우리 밴드의 ‘지도교수’가 돼 준다”고 말했다.
결성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멤버 간에 끈끈한 의리도 자랑거리다. 연구년을 맞아 노병관 엔터테인먼트디자인학과 교수(베이스)가 미국으로 떠나자 밴드는 새 멤버를 뽑는 대신 객원 베이시스트를 쓰기로 했다. 김 교수는 “새 멤버를 뽑아놓고 노 교수가 한국에 다시 오면 밴드에서 나가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ET밴드는 앞으로 자체 공연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명렬 교수는 “출근 시간에 차 안에서도 항상 노래를 부르는 등 수시로 연습하고 있다”며 “내년 초 단독 공연이나 봄에 열리는 학생축제 공연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실용음악관. 나이 지긋한 교수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았다. 한양대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의 모임인 ‘재직교수 동문회’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공연을 진행한 ‘ET(Erica Teacher’s) 밴드’ 멤버는 모두 한양대 교수다. 2013년 9월 결성된 이 밴드는 교내 각종 행사에 ‘섭외 1순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날 첫 곡인 ‘내사랑 내곁에’를 부른 최명렬 전자공학부 교수(보컬)는 “평소에는 한 달에 한 번, 공연이 가까워지면 1주일에 한 번 정도 합주를 한다”며 “공연 요청이 자주 들어오지만 본업이 바빠 거절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밴드는 또 다른 보컬리스트인 김정룡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교내에 왕년에 음악으로 한가락 했던 교수들이 많다는 것을 안 김 교수가 이재성 부총장(드럼) 등과 협의해 멤버를 찾아나섰다. 결국 이 부총장과 문영식 컴퓨터공학과 교수(보컬·공학대), 강용한 응용화학과 교수(색소폰·과학기술대) 등 학장 두 명이 가세한 호화 밴드가 탄생했다. 이병관 광고홍보학과 교수(기타)와 이현우 광고홍보학과 교수(색소폰) 등도 합류해 밴드 멤버는 9명이다.
이들은 주로 ‘교수 연수회’ 등 교수가 참여하는 행사에서 공연하지만 올해 대학 봄축제에서는 학생들 앞에서 공연했다는 게 ET밴드의 설명이다. 주로 7080 올드송을 연주하지만 가수 조용필의 ‘바운스’같이 비교적 젊은 세대도 알 만한 곡도 연주 리스트에 넣는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뒤풀이를 하며 교수들 간에 친목도 나눈다. 건반을 치는 김상진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는 “같은 대학에서도 교수 간에 서로 마주치기 쉽지 않은데 함께 연주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공연 후에도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아마추어 밴드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자부심도 강하다. 김정룡 교수는 “고 3 수험생 시절 담임교사가 성악과를 가라고 추천했을 정도로 클래식, 팝을 가리지 않고 노래를 좋아했다”며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출전하기도 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을 불렀다. 이 부총장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밴드부를 하며 드럼뿐만 아니라 기타, 플루트에도 능한 ‘만능 뮤지션’이다. 김상진 교수는 “나 역시 학창시절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 했다”며 “특히 에리카 캠퍼스에는 실용음악과가 있어 이곳 교수들이 우리 밴드의 ‘지도교수’가 돼 준다”고 말했다.
결성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멤버 간에 끈끈한 의리도 자랑거리다. 연구년을 맞아 노병관 엔터테인먼트디자인학과 교수(베이스)가 미국으로 떠나자 밴드는 새 멤버를 뽑는 대신 객원 베이시스트를 쓰기로 했다. 김 교수는 “새 멤버를 뽑아놓고 노 교수가 한국에 다시 오면 밴드에서 나가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ET밴드는 앞으로 자체 공연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명렬 교수는 “출근 시간에 차 안에서도 항상 노래를 부르는 등 수시로 연습하고 있다”며 “내년 초 단독 공연이나 봄에 열리는 학생축제 공연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