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뭄 재앙' 온다] '구멍난 수도관'…보령댐서 보내는 수돗물 35% 사라져
댐 부족뿐만 아니라 수돗물을 공급하는 수도관 관리 부실도 물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있는 보령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 지역에선 평균 35.5%의 수돗물이 중간에 땅속으로 새어나가고 있다. 보령댐에서 이들 8개 시·군으로 보내는 하루 평균 16만1800t의 수돗물 중 5만6640t이 사라지는 것이다.

충남 8개 시·군 중에서 수도관 상태가 더 나쁜 예산군은 절반에 가까운 49.5%의 수돗물이 누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령시와 서천군도 중간에 새는 물의 비율이 각각 43.5%와 42.3%에 이른다. 수도관만 제대로 정비했다면 제한급수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구 20만 이하 시·군 수돗물의 평균 누수율은 30.8%에 달한다.

수도관 관리 부실의 배경엔 예산과 결부된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방수도사업은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여서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보수해야 하지만 많은 지자체가 자금 부족으로 수도관 교체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지역 내 20년 이상 된 노후 상수관로는 총 2224㎞로 추정 교체 비용만 2048억원에 이른다.

지자체들은 수도 요금을 인상해 자체 예산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군 지역 수도요금은 서울과 광역시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서울과 광역시의 주민 1인당 평균 수도관로는 1.95m인 데 반해 시·군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 흩어져 거주하다 보니 물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수도관로가 1인당 평균 13m에 달하고 있다.

아직도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곳이 있어 신규 수도 개설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돗물값이 이미 올라간 상태인 데다 시·군 지역엔 노인과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요금을 추가로 대폭 올리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들은 매년 기획재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황성태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작년에도 지방 노후 수도관 개선사업을 위해 269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는데 전액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