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내의 기생충이 암에 걸린 다음 이를 사람의 몸에 퍼뜨리고 종양을 유발하는 현상이 발견돼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AFP통신과 BBC 방송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지만 기생충에 의한 암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질병을 찾아냈다"며 "사람의 몸에서 성장한 촌충(tapeworm)이 암을 얻어 이를 사람에게 퍼뜨려서 종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DC는 이어 "이 촌충은 세계 각지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것이고 에이즈(HIV) 등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도 많다"며 "인지하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CDC의 연구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한 40대 남성은 에이즈 양성 반응을 띄고 있었는데 2013년 1월 기침과 고열, 피로, 체중 감량 등 증세로병원을 찾아 폐암과 간암 등 암 진단을 받았다.

조직 검사에서 인간의 암과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것이 아닌 특이한 병변이 나왔고, CDC는 수차례 실험 끝에 이 남성의 종양에서 일종의 매우 작은 촌충인 소형조충(Hymenolepis nana)의 유전자(DNA)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곧 사망했다.

CDC는 "분명히 암처럼 보이는 것이었지만 통상적인 인간 암세포보다 10배는 작은 크기였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약 7,500만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조충은 인체 내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촌충으로 쥐의 배설물이 묻은 음식을 먹거나 감염자의 분비물을 흡입함으로써 감염된다.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CDC는 "에이즈 보균자나 스테로이드 복용자 등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의 몸에서는 소형조충이 잘 자란다"고 밝혔다.

CDC는 "에이즈와 소형조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후진국에서는 소형조충의 악성 변이가 단순한 인간의 암으로 오진됐을 수도 있다"며 이런 증상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CDC는 화학 요법 등 기존 암 치료가 촌충에 의한 암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소형조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손을 비누와 따뜻한 물로 씻고, 채소나 과일은 씻어서 껍질을 깎거나 조리한 다음 먹어야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