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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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필요했습니다.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와 손잡고 ‘아시아의 포시즌스’로 발돋움하고 싶습니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사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개월간 공을 들여 중국민성투자로부터 1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머슨퍼시픽은 중국 유명 부동산업체 이다그룹과 정보기술(IT) 기업 쥐런그룹 등 60여개 기업이 공동출자해 세운 중국 최대 민간투자회사 중국민성투자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제주 등 신규 사업지 물색 중”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사장 "돈보다 네트워크 필요해 중국과 손잡아"
이 사장은 “이번 투자 유치로 금융, 부동산 개발, IT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력을 가진 중국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게 됐다”며 “에머슨퍼시픽의 고유 브랜드 ‘아난티’로 중국 등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에머슨퍼시픽은 국내 유일의 고급 리조트 개발업체다. 국내에서 골프장 한 곳(힐튼 남해 골프&스파리조트)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 20일 관계사가 소유한 가평 아난티골프클럽 안에 고급 숙박시설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을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엔 부산에서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와 힐튼부산호텔을 각각 개장한다.

이 사장은 “그동안 크고 작은 투자 제의는 꽤 있었지만 단순히 자금만 유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선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외 네트워크가 풍부한 중국민성투자에 투자해 달라고 먼저 제의했다”고 밝혔다. 자본금 규모나 이사회 구성원 등을 따져본 뒤 중국민성투자가 최고의 투자자라고 판단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중국민성투자 이사회에는 부동산 재벌 쑨인환 이다그룹 회장과 유명 IT 업체 쥐런네트워크의 시유주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중국민성투자가 에머슨퍼시픽 브랜드 ‘아난티’와 부동산 개발 노하우를 높게 평가했다”며 “최대주주인 중앙디앤엘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보다 1주가 적은 547만여주를 새로 발행해 중국민성투자에 배정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보장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3만3000원이며 대금 납입일은 다음달 15일이다. 이날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선 중국민성투자 측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투자금을 처음 사용할 지역은 제주도로 낙점됐다. 이 사장은 “제주도와 강원도, 서울 등 국내에 세 곳의 리조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찾고 있다”며 “제주도는 연말까지 부지 선정을 마치고 내년부터 인허가 절차를 밟는 등 리조트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 등 해외사업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난티’를 세계적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대 실적 예상에 배당 고려”

에머슨퍼시픽 주가는 지난 6일 코스닥시장에서 10.65% 오른 4만78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30일에는 최근 1년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강세다. 투자금 유치 소식 외에 실적 개선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에머슨퍼시픽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에머슨퍼시픽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505억원, 순이익은 354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472억원)보다 네 배 가까이 많아지고 순이익(30억원)은 10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중국 진출과 국내 체인망 확대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내년엔 올해보다 세 배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할 정도로 회사 수익이 탄탄해졌다”며 “시기와 규모를 고려해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