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청년희망재단은 청년들의 정신력을 일깨우기 위해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청년희망재단은 청년들의 정신력을 일깨우기 위해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접견실 벽은 온갖 특허증으로 빼곡했다. 줄잡아 100장은 훌쩍 넘을 것 같았다. 벽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과연 1세대 벤처기업인답다’고 생각하는 사이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56·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들어왔다. 의아해하는 기자를 보고 그는 “6개인 연구개발(R&D) 건물을 돌아보려면 운동화가 필수”라며 웃었다. 그는 청년실업 해법도 열정에서 찾았다.

“청년들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고, 청년희망재단은 청년들의 정신력을 일깨우기 위해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성공의 길은 자본도 노동도 아닌, 남과 다른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혁신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혁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을 맡았는데요.

“기대하는 분이 많아 부담이 크네요. 2010년부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운영하며 ‘청년’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화두를 던진 게 인정받은 것 같아요. 어쨌든 대한민국이 조성한 돈으로 청년에게 희망과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귀를 열고 국민과 청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본 다음 합당한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지난 5일 재단 현판식에서 청년 글로벌 보부상 5000명을 육성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인문계와 예체능계 학생은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지만 이공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기회가 적습니다. 이들에게 1인당 수천만원을 지원해 ‘청년 글로벌 보부상(청년 수출 전문가)’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종합상사제도와 비슷한 ‘청년희망종합상사’를 일구는 거죠. 성공 신화가 생기면 더 많은 수출 일꾼이 나타날 겁니다. 1차로 5000명을 키워볼 생각입니다. 5000명의 청년 일꾼이 1년에 1인당 10억원만 수출해도 국가적으로는 5조원의 수출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청년 일자리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예상만큼 해외로 나가려 할까요.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일자리는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중소기업 취업과 수출 일꾼 중 선택하라고 하면 많은 청년이 해외에서 기회를 찾을 겁니다. 중소기업 제품은 경쟁력은 있지만,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자리가 절실한 청년들이 나서서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팔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된다고 봅니다.”

▷청년글로벌보부상을 육성하는 것이 청년희망재단의 주된 역할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방법 중 하나죠.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당장 청년들이 구인·구직정보, 교육·훈련정보 등 일자리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망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취업을 도울 수 있는 멘토단도 운영할 계획이고요. 모바일 게임, 웹드라마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도 할 생각입니다.”

▷일부에서는 돈을 모아 교육한다고 청년 일자리문제가 해결되느냐며 청년희망재단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월요인터뷰] 황철주 "성공하고 싶다고? 남들이 하지 않는 1%를 생각하고 실행하라"
“중요한 것은 불씨를 키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면 무엇이든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시작을 해서 문제를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청년희망재단이 국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재단에서 이사장이 조율만 잘하면 국가 화합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집에서 부모가 가장 기쁜 것이 자식 잘되는 것 아닙니까.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청년 문제에선 여야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사장 취임 당시 56억원이던 청년희망펀드 규모가 6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많은 사람이 극한까지 치달은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청년들이 어려워지면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 거죠.”

▷얘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사무실 벽이 온통 특허증으로 가득한데요.

“제가 버티는 동력이 특허입니다. 1993년 창업 후 출원한 특허만 2000개가 넘습니다. 창업 때부터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주성엔지니어링의 성공비결을 R&D 투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창업 때부터 우리만의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회사 건물 8개 가운데 6개가 R&D 시설입니다. 전체 직원 중 60% 이상이 R&D 인력이고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도 8개나 됩니다. 직접 이 건물을 돌아보려니 운동화가 필수입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환경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좋아졌지요. 하지만 규제완화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장 규제를 개선하기 힘들어요. 규제로 이득을 보는 기득권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확 바꿔야 합니다. 벤처기업이 시장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는 육성법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거죠.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닌 기업에 초기 시장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감한 혁신으로 가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 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말 큰 위기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혁신적 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 남의 기술을 적당히 모방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과감한 R&D 투자를 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 1%를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1%를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1%를 실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99% 했다고 만족하지 말고 마지막 1%를 완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남과 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1%를 당장 시작하세요. 차별화된 혁신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을 옮기기 위해 남이 하지 않는 방법도 찾아보세요. 그리고 마지막 1%까지 최선을 다할 때 명품이 나옵니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는 명품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벤처기업협회장도 지냈다.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전자를 거쳐 네덜란드계 기업인 ASM에서 반도체 장비 영업지원 업무를 맡았다. 1993년 ASM이 한국에서 철수하자 기술 하나만 믿고 반도체 장비회사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후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을 이뤄 5년 만인 1998년에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5년에는 은탑산업훈장, 2011년에는 금탑산업훈장을 차례로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월 기업인 최초로 중소기업정책을 총괄하는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공직에 임명되면 본인 소유의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백지신탁 문제 등을 이유로 맡지 않았다. 청년들의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2010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세웠다. 지난달 19일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1959년 경북 고령 출생 △19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립 △2005년 은탑산업훈장 수훈 △2010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2010년 벤처기업협회 회장 취임 △2011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2011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2012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3년~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대통령 자문) △2015년~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