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청년위원회 위원장 "일자리 눈높이, 부모 세대도 낮춰야"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하기에 앞서 부모 세대도 눈을 낮춰야 합니다. 중소기업에 가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부모 세대의 인식이 변해야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사진·46)은 10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청년 관련 정책 자문위원회인 청년위원회는 2013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위원장(장관급)을 맡고 있다. 연세대 법학대학원에서 경제법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33세에 최연소로 극동유화그룹 사장을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난 9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7.9%(34만1000명)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일 뿐 자발적 구직포기자를 비롯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 훨씬 더 많다는 게 신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청년실업은 저성장과 노동시장 개혁 지연 및 현장수요와 괴리된 대학교육 문제 등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청년들은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양질의 대기업 사무직을 선호한다”며 “이런 일자리는 쉽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청년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의 중소기업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들이 시급 5000원 수준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는 하면서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건 모순”이라며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 위원장은 “이런 말을 하기에 앞서 중소기업에 가면 ‘루저’로 보는 부모와 청년 세대의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고용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사실상 계급이 고착화하고 있다”며 “첫 직장이 평생을 좌우하는 잘못된 현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청년 실업을 해결할 방안으로 창업을 꼽았다. 그는 “100세 시대를 맞아 창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취업을 못해 창업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실패도 또 다른 스펙이기 때문에 창업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건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이다. 온라인을 통한 소액 투자자 모집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크라우드 펀딩법)은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 위원장은 “크라우드 펀딩법이 시행되면 창업에 한 번 실패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자본금을 모으기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