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젓가락 행진곡
11월11일은 숫자 11의 모양새에 착안해 ‘빼빼로데이’로 불리곤 한다. 같은 이유로 일명 ‘젓가락 행진곡’이 떠오른다. 1877년 유피미아 앨런이라는 16세의 영국 소녀가 가명으로 발표한 곡인데, 손가락 두 개만으로 연주할 수 있어서 ‘젓가락’이란 제목이 붙었을 정도로 연주하기 쉽다. 사실은 빠르기만 할 뿐 3박자 리듬이므로 행진곡으로 쓰기에는 부적절하고, 원곡 제목에도 ‘왈츠’라고 표기돼 있다.

이렇게 단순하고 어쩌면 유치해 보이는 멜로디가 변주곡의 주제가 되면 멋지게 바뀌기도 한다.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작곡가들이 맏형뻘인 동료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딸을 위한 변주곡 멜로디로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변주곡은 랜들 컴프턴이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제2번과 결합시킨 유머러스한 곡이다. 팝이나 재즈로 편곡되기도 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