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 별세…독일인이 가장 사랑한 정치인
10일(현지시간) 96세로 별세한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1974년부터 8년간 총리로서 냉전시대 서독을 이끌며 독일 통일 기반을 마련하고, 프랑스와의 협력을 강화해 유럽 통합의 기초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슈미트는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보좌관의 간첩행위 파동으로 물러나자 의회 표결을 통해 총리에 올랐다. 슈미트 전 총리는 과거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화해를 주장한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을 계승했다. 미국과 소련이 한창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유럽과 화해하려고 노력했다.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1970년대 중동발(發) 석유파동 때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되살린 업적도 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독·불 정상 협력을 강화했고, 이 협력은 유럽연합(EU)과 같은 다자간 협력의 씨앗으로 평가받는다.

독일인에겐 담배를 즐긴 정치인으로도 깊이 각인돼 있다. TV인터뷰 1시간 동안 담배 10개비를 피울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인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슈미트가 그 정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추모 연설에서 “슈미트 전 총리의 조언과 판단력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위대한 유럽인이 떠났다”고 애도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