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업종 주가는 올 들어 35%가량 상승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상승률을 각각 28%포인트와 7%포인트 정도 웃도는 수치다. 음식료업종이 시장 대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 중인 것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이익안정성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증시의 대표주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꾸준한 성장성을 보이는 종목이 늘어난 것도 경기방어주가 아닌 주도주로서 음식료업종의 강세를 이끌었다. 주요 곡물가격이 최근 3~4년 동안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인 점 역시 음식료업종 투자부담을 덜어준 요인이다.

◆이젠 옥석가리기 필요

내년에는 음식료업종의 투자매력이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다. 엘니뇨 라니냐 같은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음식료회사 실적의 핵심 변수인 곡물가격의 상승 위험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처럼 기후나 거시경제적인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음식료회사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는 점이다.

음식료업종에는 제과, 음료·주류, 라면, 유가공, 식자재 유통, 양돈, 양계, 어업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거시적인 변수들은 전체 음식료업종 움직임을 똑같이 결정하는 지표나 테마가 아닌 만큼, 이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위 분야별 이슈와 성장성, 수익 구조, 원가 구조 등을 꼼꼼히 뜯어보고 거시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

◆‘성장 산업’으로서의 기회

음식료업종의 내년 예상실적 기준 평균 PER은 약 20배다.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다. 일반적으로 PER이 높게 형성되는 정보기술(IT)업종의 삼성전자(10배)보다도 2배가량 비싼 가격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이유는 음식료업종의 특징인 안정성과 높은 이익가시성, 물가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성장성 덕분이다. 그래도 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음식료업종 특유의 장점에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겸비했다면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된다. 안정적으로 높은 PER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갖춘 대표적인 업태로는 △기업화하고 있는 식자재 유통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가정 간편식(HMR)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가능성이 높은 프랜차이즈 △소비 트렌드 변화로 확장 중인 카페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환율 곡물가격 등 거시변수의 영향이 가장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부문은 식자재유통이다. 국내 식자재유통 시장은 114조원 규모다. 식자재유통 시장은 크게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B2C(기업 대 개인)와 외식·급식·가공업체 등에 공급하는 B2B(기업 대 기업)로 나뉜다. B2C와 B2B 시장 규모는 각각 77조원, 37조원으로 7 대 3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화 진행되며 성장 지속

음식료업종은 수요가 탄탄하고 ASP 상승과 함께 자연성장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들의 실적을 결정하는 요인은 P(가격)와 Q(판매량)로 나눠 볼 수 있다. 인구 증가가 정체되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되는 추세인 지금 Q의 성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식료품의 프리미엄화가 지속해서 이뤄지는 데 따른 ASP 상승이 음식료산업의 성장을 계속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5년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2% 상승하는 동안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는 20.4%나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2배에 가깝다. 주식투자 관점에선 ‘낙폭 과대주 잡기’ 전략이 비교적 잘 통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일회성 비용이나 단기 이슈로 인해 낙폭이 컸던 종목은 다시 실적을 회복하면서 중단기적으로 기존 주가 수준을 되찾는 경우가 많았다. 단기 악재나 실망스러운 일회성 실적으로 크게 조정을 받은 종목이 있다면 저점에서 매수하는 전략도 효과적일 수 있다.

오소민 <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sominoh@eugene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