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향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공연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잇따라 열린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KD)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FRSO), 뮌헨필하모닉 등 독일을 대표하는 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다. 오는 19일부터 하루 걸러 열린다.

독일의 동북부·중서부·남부 도시를 각각 대표하는 교향악단의 소리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공연마다 한국인 지휘자·협연자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오는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는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살아있는 서양음악사, SKD

SKD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다. 1548년 창단돼 46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SKD는 베토벤이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 바그너가 ‘마술 하프와도 같은 오케스트라’로 극찬한 관현악단이다. 클래식 음악계의 역사적 인물인 베버와 바그너가 음악감독을 맡았을 만큼 유서 깊다.

SKD는 오는 19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62)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2번과 3번 ‘영웅’을 연주한다. 2012~2013 시즌부터 SKD가 처음 마련한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정 감독은 “현의 소리가 기막히게 좋다”며 “독일 레퍼토리에 맞는 굵은 소리와 깊고 따뜻한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내가 생각하는 독일 사운드를 내는 유일한 악단”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빈체로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빈체로 제공
○30대 차세대 지휘 거장의 FRSO

21일에는 거장 엘리아후 인발이 오래도록 지휘했던 FRSO가 내한한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콜롬비아 출신의 30대 젊은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38)가 지휘봉을 잡는다.

에스트라다는 15세에 지휘 공부를 시작해 빈 국립음대에서 유학했다. 2004년 대타로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를 성공적으로 지휘해 ‘빈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2014~2015 시즌 FRSO와 미국 휴스턴 심포니 수석지휘자, 2015~2016 시즌에는 런던 필하모닉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세계 정상을 향해 도약하는 신예 지휘자의 ‘젊은 시절’을 듣는다는 의미가 짙은 내한공연”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3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혜진이 협연한다.

○두 ‘거장’의 만남, 뮌헨 필하모닉

23일에는 ‘거장’들의 만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뮌헨 필하모닉의 내한 무대가 열린다. 지휘를 맡은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클래식의 현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 피아노 협연자로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나선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한다.

1999년 주빈 메타와 2007년 크리스티안 틸레만, 2013년 로린 마젤 지휘에 이은 뮌헨 필하모닉의 네 번째 내한 공연이다. 1893년 설립된 뮌헨 필하모닉은 1979년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상임 지휘자를 맡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백건우는 1999년 이후 16년 만에 ‘황제’를 들려준다. 최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지난 6월 드레스덴 필과 베토벤 협주곡 3, 4번을 연주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