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서울 면세점 대전 패배 … 23년 역사 워커힐면세점 문 닫는다

SK네트웍스가 서울 면세점 '2차 대전'에서 패했다. 워커힐 면세점은 23년 만에 문을 닫는다.

14일 SK네트웍스는 기존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과 신규 동대문 면세점 특허 획득이 모두 불발됐다. 면세사업에 5년마다 경쟁입찰이 도입된 2013년 이후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사업권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커힐 면세점은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이 1973년 워커힐 호텔을 인수한 뒤 1992년 호텔 안에 면세점을 두면서 시작됐다. 쇼핑과 카지노, 숙박을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 리조트 면세점이라는 장점과 시계·보석과 국산품 차별화 전략을 통해 요우커 특화 면세점으로 성장했다.

SK네트웍스는 1000억 원 규모의 리뉴얼 공사를 통해 워커힐 면세점 매장 면적을 1만2384㎡(3746평)로 확대해 올해 연말 재개장할 예정이었다.

SK네트웍스는 2020년까지 워커힐과 동대문을 연결하는 동부권 관광벨트를 조성하고 면세점 영업이익 10% 사회 환원 등 총 투자비 8200억 원 중 24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매출과 낮은 접근성이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워커힐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2747억 원에 그쳐 중소 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2919억 원)보다 적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워커힐 면세점 매출이 2010년(1249억원)의 두 배로 뛴 점, 2013∼2014년 워커힐의 매출 성장률(46%)이 다른 시내 면세점 성장률(23%)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심사위원들은 다른 도전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도심에서 동떨어져 있는 워커힐 면세점의 입지 역시 불리하게 작용했다. 복합 리조트로서 카지노를 이용하는 VIP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용산, 명동, 여의도 등 기존 면세점 입지나 새로운 도전자인 신세계와 두산이 입지로 정한 명동, 동대문에 비해 일반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달 초 최태원 회장의 사재 60억원을 포함한 총 100억 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등 면세점 재승인 발표를 앞두고 공익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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