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해병대 건의안 긍정 검토…'승전' 선언 토대될 듯

우리 군이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5주기를 맞아 이 사건의 공식 명칭을 '포격 도발'에서 '포격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병대가 북한군의 선제공격에 신속하게 대응한 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 사건을 우리 군의 '승전'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15일 "해병대사령부가 최근 연평도 포격 도발의 공식 명칭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연평도 포격 도발 5주기를 앞두고 해병대사령부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2010년 11월 23일 오후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방사포 170여 발을 연평도로 무차별 발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명칭을 포격 도발로 유지하면 북한군의 일방적인 공격과 우리 군의 피해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포격전으로 바꾸면 우리 군의 대응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게 해병대 측의 설명이다.
당시 연평도 주둔 해병대(연평부대)는 북한군의 공격 13분 만에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에 나서 북쪽으로 약 80발을 발사했다.

해병은 북한군의 포탄이 빗발치듯 떨어지는 중에도 신속히 제 위치로 이동해 대응 사격을 했고 한 병사는 방탄모에 불이 붙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격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해병들이 보여준 전투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연평도 포격 도발 대신 포격전을 공식 명칭으로 채택하면 이 사건을 '승전'으로 선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당시 교전으로 우리 군에서는 해병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부상했다. 군 부대에서 공사를 하던 민간인 2명도 희생됐다.

북한군의 공식적인 피해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신문도 2011년 4월 30일 '황남은 보란 듯이 일어섰다'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세계를 뒤흔든 연평도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군의 피해를 묘사했다.

이 신문은 "원수의 총탄에 피 흘리며 쓰러진 병사를 안아 일으켜 자기의 피를 수혈해주는 사람들이 오늘의 황해남도 농민들"이라며 주민들이 북한군 부상자 수혈에 동원됐음을 시사했다.

국방부가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명칭을 포격전으로 바꾸고 승전으로 공식화할 경우 전사자와 부상자에 대한 예우의 격도 높아질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도발 5주기를 맞아 이 사건의 재평가가 이뤄지면 우리 군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ljglory@yna.co.kr